정치
[임기내 개헌] 與 반색 野 “최순실 덮는 정략적 의도” 반발
입력 2016-10-24 15:32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개헌론을 띄우면서 그동안 개헌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온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를 찾기 힘든 여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잃을게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에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등 청와대 관련 의혹 제기로 잡은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 잠깐 독대하면서 개헌에 대한 건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개헌은 국가적 어젠다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공감대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논란과 청와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청와대가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시정연설은 하루아침에 쓰는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사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한 번도 개헌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회 내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문제를 즉각 논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의 5년 단임제는 과거 ‘3김 체제에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라는 정치 거목이 한 번씩 대통령을 하겠다는 매우 기형적인 의미의 권력체제가 아닐까 싶다”며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예산국회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3당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자회담 구성을 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도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추진 조직을 만든다고 하니 국회도 빨리 개헌 특위를 구성해 두 축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언급 시기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 적절치 않다는게 아니라 이 시기가 적절치가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예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정권연장을 위해 3선 개헌을 할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자칫 잘못하면 정권연장 음모에 휘말릴 수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추 대표는 이렇게 되면 경제난국과 최순실 게이트, 우병우 사태처럼 헝클어져 있는 걸 하나도 풀지 않게 된다”며 대통령은 국정과 민생에 전념하시고, 개헌논의에서는 빠지고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개헌특위 참여 여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딱히 정해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것은 만시지탄”이라면서 개헌은 임기초에 했으면 가능했지만 이제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제안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정치적으로 훌륭한 분이다. 이때 개헌론을 제안하는 걸 보면 따라갈 수 없다”며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개헌특위 참여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 우호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우리 당의 다수의 의원들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개헌특위 구성을 바라고 있다”며 참여할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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