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임기내 개헌] 4년 중임제냐 분권형 대통령제냐…권력구조 개편론 설왕설래
입력 2016-10-24 15:23  | 수정 2016-10-25 15:38

국회 일각에서 맴돌던 개헌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 호응하면서 막혔던 물꼬가 확 트였다.
국회 개헌파는 물론 박 대통령도 일단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기존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의 기존 권력구조 개편론은 △미국식 4년 중임제 △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대통령제 △유럽식 의원내각제 등 세가지 흐름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안갯 속이다.
◆정계개편에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유리
4년 중임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존 대통령제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하되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쪽보다는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안정적 권력구조를 확보해 중장기 국가 어젠다를 뚝심있게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는 조기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사실상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일할 시간이 3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반면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는 권력 분산에 초점을 맞춘다.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 등 외치를 담당하고, 경제 복지 행정 등 내치는 총리가 나눠맡는 구조다. 이른바 오스트리아식 모델로도 불리는데 대통령은 국민 직선제로 선출하고, 총리는 국회에서 간선으로 뽑는 방식이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실상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개헌을 고리로 한 대대적인 정계개편에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물론 4년 중임제의 경우도 부통령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권력 분산과 연정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파이지만 유럽식 정통 의원내각제를 희망하는 의원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하면 내각제 직행은 요원해 보인다.
◆국민 선호도, 4년 중임제가 분권형 2배
연합뉴스가 지난 6월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개헌 필요성에 83.3%(250명)가 동의했다.
정당별로는 국민의당 92%, 민주당 87%, 새누리당은 77%의 찬성률을 보였다.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해선 대통령 4년 중임제가 46.8%로 가장 선호됐고, 이어 분권형 대통령제(24.4%), 의원내각제(14%), 기타(14.8%) 등이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선 내년 대선 전에 완료하자는 의견(47.6%)와 대선 공약과 연계해 차기 정부에서 하자는 의견(41.2%)이 맞섰다.
다만 중앙일보의 국회의원 조사에서는 대통령 중임제가 62.2%, 이원집정부제가 16.1%, 의원내각제가 11.1%를 차지해 조사 시점과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는 유사 형태로 하나의 개념으로 쓰이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로 물어볼 때 찬성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일반 국민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리얼미터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가 41%, 분권형 대통령제가 19.8%, 내각제가 12.8% 등으로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 3분의 2가 개헌선, 국민투표 거치면 확정
박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선언이 이뤄지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현행 헌법상 개헌안은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제안하거나 국회의원 과반수가 발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정부 내에 개헌 관련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회에도 관련 논의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개헌안을 준비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개헌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지만 야권과 의견이 엇갈릴 경우 지리멸렬한 기싸움만 이어질 수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개헌은 심도 있게 검토해 국민 동의를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며 임기 안에 고치겠다고 하면 졸속 또는 임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이 나서면서 가능성은 높아졌다”면서도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에 관심이 있지 권력구조 개편에 큰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권력 분점을 위한 수단으로 개헌에 정략적 접근을 할 경우 국민들의 불신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국민들의 직선제 열망 속에 탄생할 수 있었던 ‘87년 체제처럼 개헌의 필요조건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다.
만약 내년 대선 이전에 단일한 개헌안이 도출되면 국민들에게 공고한 이후 60일 내에 국회 3분의 2, 즉 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어 국회의원 유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개헌이 이뤄지게 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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