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뒤늦게 부동산펀드 뛰어든 개미 상투잡나
입력 2016-10-12 17:50  | 수정 2016-10-12 20:49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 부동산펀드가 3분기 들어 순자산액이 6조원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부동산 가격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형 펀드 순자산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뒤늦게 부동산펀드 열풍에 편승한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사모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5조3000억원, 국내 부동산펀드의 경우 6000억원가량 감소해 5조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조4500억원 증가하고, 2분기 8300억원가량 감소했던 것과는 달리 3분기 순자산 감소액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연기금, 대형 금융기관, 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가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사모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이들 기관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작년 말 8670억원이던 순자산이 올해 9월 말 1조2510억원으로 증가했다. 설정액 기준으로는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329억원 늘어나 9월 말 현재 사상 최대치인 1조2734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로 갈 곳 잃은 투자심리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관들이 돈을 빼고, 개인투자자들 자금이 몰리는 시점이 해외 부동산 버블 논란이 고조되는 시기와 일치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 순자산 증감액을 확인해 봐야 확실한 추세를 알 수 있긴 하지만 3분기 순자산 감소는 이전에 비해 급격히 이뤄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저평가된 부동산 등에 투자된 자금이 최근 차익실현을 한 뒤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최근 미국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다"며 "기관들은 이런 흐름을 읽고 빠져 나오는데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뛰어드는 분위기라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면 국내 기관이 높은 가격에 매입한 해외 부동산 자산이 급격하게 부실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가격지수(CPPI)는 지난 6월 말 기준 192.79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12월(104.1)에 비해 85% 급등한 수치다. 미국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7년 정점(175.85)도 넘어섰다.
올해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지난 3~4년간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마구 사들인 해외 부동산 자산이 급격히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개인투자자들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저변이 넓어져 이 같은 리스크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선보여 '완판'에 성공했는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오피스빌딩 4개동 인수대금 9500억원 중 3000억원을 개인에게서 조달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 있는 티마크그랜드 호텔에 투자하는 '하나 티마크그랜드 부동산' 공모형 펀드가 투자자 모집 당일 모두 판매됐다. 이 펀드는 4년 만에 등장한 실물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한다면 기관들만이 아니라 개인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는 환율·경기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고 중도 환매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게 '임대수익 보장' 등의 문구만 보고 성급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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