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준우승 뒤 우승’ 삼성이 믿었던 법칙마저 깨졌다
입력 2016-10-03 18:18 
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왕조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은 ‘어게인 2011을 강조했다. 준우승 그 이듬해 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을 상기한 것.
묘한 법칙이었다. 1번만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올해 준우승→내년 우승의 공식이 3번(2002년·2005년·2011년)이나 성립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 후 삼성 선수들은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챔피언 두산을 축하해줬다. 그러면서 2016년을 기약했다. 예전 같이 우승의 한을 1년 뒤 풀겠다고.
그 기분 좋은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 경험은 곧 자신감이다. 우린 또 할 수 있다고.
그러나 그 공식은 깨졌다. 삼성은 올해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자격부터 얻지 못했다. 하위권을 맴돌더니 결국 10개 팀 중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2009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이다.
9월 들어 3연승 이상을 3번 했다. 정말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삼성은 움켜잡지 못했다. 9월 29일 NC와 더블헤더 싹쓸이 패배는 타격이 컸다. 승수(12)나 패수(11)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이 더 크다.
삼성이 그토록 갈망했던 ‘긴 연승 바람은 불지 않았다. 해보고 싶던 9연승은 남들만 잘 해낼 뿐이다. 삼성은 3연승의 덫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곧 4연승에서 막혔다.
삼성은 챔피언이 아니다. 도전자였다. 그리고 독하게 마음을 품으면서 두고 보자”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비참했던 지난해의 아픔을 풀고자 했지만, 올해 그들은 더욱 침통하다.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지만, 간판선수 이승엽의 발언처럼 냉정한 프로의 세계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2등은커녕 우등반에서 열등반으로 간 삼성이다. 우승 법칙은 깨졌고, 삼성 왕조의 재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의 올해 슬로건은 ‘예스 비긴 어게인이다. 팬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는 구단이 되겠다고 약속한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새 구장으로 터를 옮겨 새 시대를 연 삼성이지만, 재도약 첫 해는 초라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