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익률 공시 오류` 후폭풍…ISA가입 `뚝`
입력 2016-09-07 17:47  | 수정 2016-09-07 19:24
IBK기업은행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공시 오류가 드러난 이후 전체 ISA 가입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전체 금융사를 상대로 일제 점검을 실시하는 동안 ISA 상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고객들 발길이 뜸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재산 늘리는 만능통장'이라고 불렸던 ISA가 이대로 가다간 고사할지 모른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다.
7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ISA 가입자는 약 1만명 늘어나 7월(3만명) 대비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4~6월 월평균 가입자(38만명)에 비해서는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3월 14일 출시된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ISA 총 가입자는 240만명, 가입 금액은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초기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ISA 가입자 규모는 6개월 만에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고 지금은 겨우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이다.
지난 7월 말 매일경제 보도로 기업은행의 ISA 수익률 공시 오류가 드러난 후 금융당국은 한 달간 전 금융사를 상대로 ISA 운영 실태를 일제 점검했다. 그 결과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6곳도 공시 수익률 계산에 오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사이 KEB하나은행이 일임형 ISA를 처음 출시해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을 제외하면 기존 금융사들의 ISA 마케팅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ISA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고객들을 상대로 펼친 적극적인 마케팅도 통하지 않았다"며 "초기에 지인, 직원을 상대로 개설했던 계좌의 환매가 늘어난데다 계좌 이동까지 겹치면서 아무 잘못 없는 금융사들도 영업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ISA제도 시행 초기 정부 주도의 과도한 실적 드라이브가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B증권사 관계자는 "ISA는 보수가 저렴한 데 비해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그런데도 사실상 정책금융상품이라는 이유로 은행들은 시행 초기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시키면서까지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한 바람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ISA 관리 체계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ISA제도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중도 인출을 허용해 실제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이른바 'ISA 시즌2'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호 NH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ISA의 가장 큰 목적이 '국민의 재산 증식'이라면, 소득이 없는 주부나 직업이 없는 고령층도 노후 대비를 위해 ISA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장인들이 반드시 하나는 가입해야 할 상품이 되려면 소득공제처럼 손에 잡히는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의무 가입 기간 5년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며 "중도에 인출하더라도 계좌 해지가 안 되고, 나머지 돈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독립투자자문업(IFA)이 도입되면 ISA 판매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IFA가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자문·상담 서비스를 강화하면 ISA에 대한 고객 접근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 본부장은 "IFA는 금융투자상품 전체를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ISA도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며 "IFA의 자문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금융회사들의 ISA 판매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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