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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에스타’ 린지, YG연습생서 뮤지컬 여주되기까지
입력 2016-09-04 10:28  | 수정 2016-09-04 11:0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학창시절 유독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 순정만화에서 뚫고 나온듯한 청순한 외모에 청아한 목소리로 일찌감치 주변에서는 ‘천상 연예인이랬단다. 여기에 야리야리한 체구와는 달리 한 번 결심하면 끈질기게 원하는 걸 이뤄내고야 마는 강한 근성까지 갖췄다. 그래서인지 지인들 사이에서는 노력파이자 열정파, ‘악바리로도 통한다. 걸그룹 ‘피에스타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린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뮤지컬 ‘페스트는 2096년 미래도시에 수천 년 전 사라졌던 페스트 질병이 다시 퍼지면서 일어나는 재난을 그린다. 린지는 극중 희망의 상징이자 이기심 가득한 사회 속 천사 같은 존재인 타루 역을 맡았다.
최근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에게 첫 주연작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니 하루 하루 꿈을 꾸는 듯한 감동 속에서 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타루는 약자의 편에서 끝까지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며 폐쇄된 공간 안에서 시민들의 절반이 죽어나가지만 도망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본다. 존경스럽고 대단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타루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에요. 연기하는 동안 타루에 너무 몰입해서 그런지 웃음이 많아지고 주변에 응원도 자주 하게 돼요. 첫 주연이라 부담감은 컸지만 작품과 캐릭터가 너무 좋아 하루 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서고 있어요. 공연이 끝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에요.”
알베르 까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페스트는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질병이 완전히 사라진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원인 모를 질병, ‘페스트가 퍼지면서는 혼란이 찾아오는 가운데 타루는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원작 소설의 노인 남자 캐릭터인 타루는 뮤지컬에서는 젋은 여성 식물학자로 그려진다. 린지는 타루는 원작의 변주 속에서 탄생된 인물”이라며 보다 부드럽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용감함이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YG연습생 시절을 거쳐 걸그룹 ‘피에스타로 데뷔해 4년이 넘는 기간을 활동했지만 생각처럼 준비해온 많은 것들을 보여드릴 기회가 좀처럼 없었어요. 공백기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고 많이 힘들었죠. ‘페스트와 ‘타루는 그렇게 지치고 힘들었던 제게 천운처럼 다가온 기회였어요. 극중 희망의 상징인 타루는 실제로 제게 그런 존재였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 하고 관객들을 만나고…공연 중간 중간에 지금의 기쁨이 믿기지 않아 울컥하곤 해요. 멤버들의 활약 덕분에 ‘피에스타가 조금씩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요즘, 저 역시 이런 좋은 기회를 얻어 너무 기뻐요. 끝까지 잘 해내고 싶어요.”
‘페스트는 원작의 힘도 크지만, 무엇보다 서태지의 노래로 엮어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에 린지가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캐스팅 미스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솔직히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면서 "각종 악플들을 보면서 상처도 받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럴수록 더 이 악물고 했고 이제는 그런 압박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댓글이나 주변 의견들을 귀담아 듣고 찾아 보는 편인데, ‘아이돌이라 싫다 ‘아이돌이 왜 꼈냐 ‘아이돌이 그렇지뭐 등의 반응을 보고 많이 울었었어요.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인정 받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더 열심히 이 악물고 왔죠. 이제는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감사하고 뿌듯해요.”
또한 솔직히 평소 락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두려움도 컸었고, 서태지 선배님의 노래도 잘 몰라서 배움의 과정이 필요했다”며 선배님의 노래를 듣고 분석하기를 반복하면서 왜 많은 분들이 선배님께 그토록 열광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작품 이해와 몰입에 큰 도움이 댔다”고 설명했다.
사실 서태지 선배님의 노래를 즐겨 듣는 세대가 아니었고 평소 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 접하게 됐죠. 놀라웠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깊이 있는 가사,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에 경이로웠죠. 락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준 계기가 됐어요.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선배님의 음악에)훨씬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네요. 하하!”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서태지와의 깜짝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첫 공연에 서태지 선배님이 직접 와서 응원도 해주셨는데 함께 셀카도 찍고 대화도 나눴다”며 연신 웃었다. 이어 (나를) 응원 온 ‘피에스타 멤버들에게 (서태지 선배님이) ‘우리 린지 참 잘하죠?라고 말했다더라. 잊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칭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 이 작품을 할 땐, 창작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제약도 있고 이야기가 무겁고 어려워 주변에서 많이 힘들 거라고 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페스트로 얻은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소중한 무대, 첫 주연, 동료들과 서태지 선배님과의 만남 등의 기쁨들이죠.”
무대 이야기에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한 그녀였다. 수줍은 듯 당차고, 여린듯 똑 부러지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마치 작품 속 ‘타루와 꼭 닮아 있었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여자 조승우가 되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그는 처음 조승우 선배님의 무대를 보면서 뮤지컬을 사랑하게 됐고, 꿈도 꾸게 됐다”며 연기와 노래는 기본, 각종 분야에서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내는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조승우 선배님의 무대를 사랑했고, 그의 연기를 존경해왔어요. 언젠가 나도 저런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힘든 시기도 잘 견뎌왔죠.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계속 스스로 채찍질하고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인정 받으면 좋겠어요. 네, 이제 시작일 뿐이죠! 하하!”
끝으로 ‘페스트를 통해 듣고 싶은 칭찬은 뭐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저에 대한 칭찬도 좋지만, 우리 뮤지컬을 보고 ‘참 좋은 작품이다. 또 한번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며 또다시 베시시 웃었다.
그 어떤 칭찬보다도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평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작품 초반에는 호불호가 갈린 평이 많았는데 수정과 보안을 통해 점점 좋은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와 다행이에요! 그런 좋은 이야기들은 함께 고생한 동료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진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될 테니까요. 창작 뮤지컬인만큼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작품이에요. 저 역시 조금이라도 그 과정에 힘이 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노련미는 부족하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노래를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니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화이팅!”
한편, 뮤지컬 ‘페스트는 오는 9월 3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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