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美본토 손아귀에…핵공격 군사대국”
입력 2016-08-25 16:08  | 수정 2016-08-26 16:38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4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진행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현장에서 지휘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SLBM 발사 실험 성공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며 미국 본토와 태평양 상의 미군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 능력을 확보했다며 위협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군부에 지속적으로 핵무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핵탄두 운반수단 개발에 주력할 것을 지시하며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고강도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아 실제 성명 채택 여부도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의 SLBM 도발과 관련해 기존에 취하고 있던 대북 양자제재와는 별개로 추가제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5일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고 김정은 동지의 지도 밑에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는 성공 중의 성공, 승리중의 승리”라면서 오늘 발사한 탄도탄의 시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핵공격 능력을 완벽하게 보유한 군사대국의 전열에 당당히 들어섰다는 것이 현실로 증명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SLBM 발사 성공으로)미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미 본토와 (미군의) 태평양 작전지대는 이제 우리 손아귀에 확실하게 쥐여져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실험때 고각발사(인위적으로 발사각을 높임)를 통해 사거리를 조절했다며 발사체계의 안전성을 비롯한 핵심적 기술지표들이 작전적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TV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동원해 SLBM 발사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25일자 신문에 김정은 동지께서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이른 새벽 풍랑 사나운 날바다를 헤치고 발사현장에 또다시 나와 (SLBM) 수중 시험발사를 지도했다”며 1~2면에 컬러사진 24장을 싣는 파격적 편집을 보여줬다.

조선중앙TV도 같은 날 1분 47초 분량의 SLBM 발사장면을 방송했다.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된 발사 장면을 반복적으로 편집한 이 영상에는 자막으로 카운트 다운이 끝난 뒤 ‘발사라는 문구가 나오고 곧이어 SLBM이 불꽃을 내뿜으며 수면 위로 솟구쳐 올라 비행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방송에서는 영상과 함께 김 위원장이 발사성공 이후 김정식 당중앙위 부부장과 격렬하게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장면 등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자리한 다른 간부들이 감격에 들떠 울먹이는 모습도 사진으로 공개됐다.
북한은 이같은 장면을 TV방영 시작시간인 오후 3시(평양시간)보다 3시간 빠른 12시부터 방영했다. 북한이 통상적으로 국가적인 대형 뉴스를 정오에 ‘중대보도 형식으로 알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파격 편성을 통한 체재 선전·홍보 의도는 보다 분명해진다. 한·미 연합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해 최근 잇따른 엘리트 계층의 탈북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사정을 다잡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것처럼 SLBM이 미국 본토와 태평양 상의 미군 시설을 겨냥한 것임을 부각시키는 대미압박 전술임을 숨기지 않았다.
해군 출신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SLBM은 (한국을 겨냥한) 전술무기가 아니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무기”라며 북한은 핵억지력의 고도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해 미군을 압박하고 체제생존을 보장하려는 국가 전략적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SLBM 발사성공을 토대로 △핵무기 병기화 사업 △운반수단 개발 △추가적인 행동조치 등을 추진하라고 군부에 지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별개로 ‘마이웨이 식 핵개발을 통해 향후 미국 등 국제사회와 체제의 명운을 걸고 핵협상을 벌이기 앞서 최대한 자신들의 핵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자신의 의도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북한은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다양한 투발수단들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할 전망이다. 육상·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은 물론 작전반경을 태평양 상으로 넓힌 대형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북한은 이미 원자력 발전소와 재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탄도미사일 개발과 마찬가지로 정권 차원의 ‘다걸기를 통해 속도전 방식으로 핵잠수함 개발에 나설 경우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일정한 성과를 낼 개연성도 있다.
특히 북한은 이날 김 위원장이 당당한 군사대국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사변적인 행동 조치들을 다계단으로 계속 보여줄데 대하여 지시했다”고 밝혀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우려도 커졌다.
김동엽 교수는 이같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북한은 투발수단을 다양화해서 미군에게 대한 다양한 위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평가하며 SLBM 역시 핵미사일을 고도화해 미군을 위협하려는 것이 핵심적 개발의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군부에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탄두 폭발실험을 실시할 것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은 이 가운데 지상·해상에서의 탄도미사일 발사실험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 명시적으로 ‘핵탄두 폭발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지시를 관철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의 핵탄두 폭발실험 지시를 북한 군부와 국방과학 연구자들이 어떤 식으로 현실화시킬지는 좀 더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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