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伊·미얀마 강진에 인명·문화유산 피해 막심
입력 2016-08-25 15:38  | 수정 2016-08-26 16:08

지난 24일 이탈리아와 미얀마를 잇따라 강타한 강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고대 불교 유적과 중세 기독교 유적 등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규모 6.2의 지진이 덮친 이탈리아에서는 사망자수가 247명까지 늘어났다. 부상자 수는 368명을 넘어섰고, 아직 수백 명이 건물 더미에 매몰돼 희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한 미얀마에서는 강둑이 무너지면서 2명의 어린 소녀가 사망하는 등 25일 현재 최소 4명이 숨졌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후 5시께 미얀마 중부 마궤주(州) 차우크에서 발생했다. 차우크는 미얀마 옛 도시 바간의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바간은 미얀마 최초 통일왕조인 파간 왕국 수도로, 1000년 전에 건설한 사원과 탑들이 현재 2500개 이상 남아 있는 세계적인 불교유적지다. 현지언론과 AP에 따르면 미얀마 지진으로 최소 185개의 파고다(불탑·사원)가 피해를 입었다. 일부 건축물은 시커먼 흙먼지를 내뿜으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주저앉았고, 불탑들은 첨탑 부분이 무너져내리면서 마치 폭격을 당한 전쟁터 모습을 연출했다. 바간의 불교유적들은 재료로 쓰인 벽돌이 오랜 세월 부식되고 깨지면서 이미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였지만 예산 부족 탓에 보강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이번에 커다란 피해를 봤다.
이탈리아 문화 유산 피해도 심각하다. 움브리아주 노르차에서는 대표적인 기독교 성인 성 베네딕토 생가터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12세기 성당 건물이 파손됐다.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 조각이 가득한 성당 100여 곳이 밀집돼 있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라치오주 아마트리체에서는 15세기 세워진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 정면의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레마르케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 유적 중심지 건물도 대부분 무너져내렸고 붕괴된 건물사이에 시계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미얀마와 이탈리아 모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 규모는 지진 강도가 낮았던 이탈리아가 훨씬 컸다. 진원의 깊이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얀마 지진의 경우, 진원이 지하 84㎞에 위치했던 반면, 이탈리아 지진은 지하 4㎞ 지점에서 발생했다. 영국 지질연구소 출신 지진학자 로저 머슨은 CNN 기고에서 지진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생하면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과정에 상당량의 에너지가 소진되기 때문에 충격이 상당폭 완화된다”며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지진은 3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하고, 지진 에너지도 일본 도호쿠 지진의 2만700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지표면 바로 아래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USGS의 지진학자인 수전 휴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지표면 가까이서 발생하는 지진은 충격이 훨씬 크다”며 마치 도시 밑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피해 지역 인구 밀도 차이도 피해규모에 영향을 줬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진파 영향이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과 촌락 등에 집중됐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아쿠몰리의 경우, 평소 거주민은 600명에 불과하지마 지진이 일어날 당시에는 휴가객들이 몰리면서 유동인구가 5000명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지진대비에 취약한 이탈리아만의 특수성도 피해가 커지는데 일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오래된 건축물 개·보수에 대한 엄격한 규제다. 과거 유산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이탈리아는 ‘문화유산법 등 법률을 통해 건물 보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건물 보수를 하려면 건물을 지을 당시 사용했던 페인트 성분 분석부터 해야 할 정도다.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의 경우, 건물 구조 변화는 1970년대 이후 지어진 건물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진 피해 방지 구조물 제조업체 에네아(Enea)의 조사연구 담당 임원 파올로 클레멘테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997년 아씨시 지진 이후 성 프란시스코 바실리카 유적을 복구할 당시 구조물 강화를 위해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했다가 무게 때문에 천장이 붕괴되면서 프레스코화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오래된 건축물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 됐다”고 말했다.
재원 부족과 당국의 고질적인 관료주의로 지진 대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WSJ은 2009년 지진으로 300명 넘게 사망했던 라퀼라 지역의 경우, 시내 중심부 복구작업이 2012년에야 겨우 시작됐고 마무리는 오는 2019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라며 이번 지진이 심각한 수준의 대응 역량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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