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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구의 연예열전] `함틋` 100% 사전제작, 굳이 필요했나
입력 2016-08-25 09:46  | 수정 2016-08-25 17:0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경쟁작 MBC 'W'에 밀려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KBS가 '태양의 후예'와 함께 기대작으로 내놓은 '함부로 애틋하게'는 8%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가까스로 체면치레하는 분위기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배우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들은 각각 '톱스타' 신준영과 '뻔뻔한 PD' 노을 역할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노을의 아버지가 뺑소니를 당한 뒤 신준영이 최현준(유오성 분)과 얽힌 인연 등으로 이들은 이별했다가 재회했다.
신준영은 뇌간교종을 앓아 3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노을을 향한 미안함과 아버지 최현준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그는 남아있는 인생 동안 노을의 곁에 있기보다는 노을의 가슴 속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범 윤정은(임주은)을 잡기 위해 애썼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이야기가 큰 뼈대가 되는 드라마다. 신준영과 배다른 형제 최지태(임주환)도 노을을 사랑하고, 이들을 막기 위해 최지태의 어머니인 이은수(정선경)이 노을에게 10억 돈봉투를 건네는 등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가는 정통 로맨스다.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김우빈과 수지의 합류 외에도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그는 앞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을 집필했다.
KBS는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함부로 애틋하게' 티저 영상을 야심차게 공개했다. 현장에 있던 팬들이 영상에 환호성을 지를 만큼이나 KBS의 기대작이었다. '태양의 후예'와 함께 완전사전제작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것이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막상 뚜껑을 연 '함부로 애틋하게'는 높은 기대가 독이 된 듯했다. 지난 겨울 촬영된 영상에서 배우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전제작의 긍정적인 요소를 찾을 수 없었다. '시한부 주인공'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도 찾기 어려웠다. 김우빈과 수지의 애끓는 애정도, 수지의 어색하기만 한 털털한 연기와 캐릭터에 자주 가려졌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과 그리스 등을 오가면서 6개월 동안 촬영했고, 350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총 13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내외를 넘나드는 스케일로 아름다운 영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앞서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사전 제작에 대해 "대본이 미리 나와서 배우들과 제작진이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가편집만을 보고 본방송을 보지 못해서 텍스트만으로 감정을 짚어가는 것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완전사전제작이라는 풍토가 이제 막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드라마 현장에서는 아직 그 장단점을 알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통 멜로인 '함부로 애틋하게'가 굳이 완전사전제작을 앞세워 해야 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방송 전 작품 촬영을 모두 끝내는 것만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작품과 상황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재빠르게 수용하고 반영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100%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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