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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낙하산인사공화국]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수장 `낙하산 흑역사`
입력 2016-08-07 18:50 

산업은행 회장의 태생부터가 낙하산이니 제2, 제3의 낙하산이 계속 생겨나는 겁니다. 산업은행의 인선 절차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 이상 산업은행이 낙하산 ‘숙주론은 불가피합니다.”
이명박 정부(2008년~2013년) 시절부터 산업은행 회장(옛 산은지주 회장겸 산업은행장) 인선을 지켜봐온 정부 고위 관계자 얘기다.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있는 이유는 산업은행이 ‘낙하산의 숙주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무관하게 정치권의 낙하산을 타고 산업은행의 수장 자리에 앉기도 하고 산업은행 회장직을 낙하산삼아 새로운 자리로 자리를 옮긴 인물도 있다. 올해 2월 산업은행 회장직을 그만두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긴 홍기택 전 회장 얘기다. 하지만 그는 서별관회의 책임전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AIIB 부총재에서 사실상 중도낙마해 국격을 크게 실추시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7일 강만수 전 회장까지는 적어도 금융위원장 등 제청권자의 건의가 대통령에게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제청권자랑 상의라도 하는 형식을 취했다”며 하지만 홍기택 전 회장부터는 금융위원장 제청권은 유명무실해졌고 그냥 형식만 사후적으로 제청하는 모양새를 갖췄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수장 직책이 ‘총재에서 ‘회장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부처 차관급에서 민간은행 출신이나 대학 교수로 낙하산의 유형이 바뀌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는 한국산업은행법 제13조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장의 산업은행 회장 임명 제청권 무용론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분명해졌다. 2013년 4월 산업은행 회장에 내정된 홍기택 전 회장의 경우 전문성을 둘러싼 학계나 언론, 금융권의 우려가 팽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금융당국이 내정사실을 일정 부분 예상할 수 있었던 홍 전 회장과 달리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내정 보도가 나온 직후 부랴부랴 제청 배경” 보도참고자료를 만들었을 정도다.
역대 산업은행장들이 대부분 낙하산으로 채워지면서 무수한 흑역사를 써내려갔다. 재무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근영 전 총재(1998~2000년)는 ‘대북송금 관련 현대상선 4900억원 불법대출로 2003년 집행유예 선고받았고 재경부 차관 출신 엄낙용 전 총재(2000~2001년)는 같은 사안을 둘러싼 정부와 갈등으로 임기 8개월 만에 조기 사퇴했다. 각종 로비나 불법 후원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산은 민영화를 본격 추진했던 민간 출신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역시 편중 인사로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산업은행의 한 팀장급 직원은 민유성 총재는 민영화 당시 주요 부서라 할 수 있는 자금·재무부서에 자기 입맛에 맞는 주로 외부 출신인 직원들을 중용해 이들이 이른바 ‘민영화 오적(五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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