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기업 50곳 `낙하산 대란` 공포 현실화
입력 2016-08-07 16:20 

아직 사장 인선이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받은 전화만 수십 통입니다. 너나할 것없이 외면하기 어려운 분들이라 전화를 받긴 했지만 하도 많이 전화가 누가 누굴 청탁했는지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을 앞둔 지난달말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의 토로다. 대우조선해양 부실관리, 이른바 ‘서별관회의 책임전가 폭로, AIIB(아시아개발인프라은행) 부총재 중도낙마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발 ‘낙하산 리스크가 불거진 직후임에도 산업은행의 실질적인 자회사인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서 낙하산 논란은 어김없이 재현됐다.
대우건설이 내부 공모를 거쳐 6월 15일 내부 인사인 박영식 사장과 이훈복 전무를 사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산업은행의 반대에 따라 대우건설은 같은 달 24일 외부 공모에 들어갔다. 정해진 공모기간(7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대우건설이 공모기간을 연장하면서 ‘낙점자 특혜설이 불거졌다.
또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32명의 공모자 중 후보군을 5명으로 추렸는데 5명 모두 이런저런 경로로 정치권의 이른바 ‘빽이 하나씩 있는 인물이었고 한 명도 예외없이 해당 ‘빽에게 ‘잘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노조와 사외이사들의 반발에도 사추위는 지난 5일 늦은 오후 주택사업이 중심인 현대산업개발의 박창민(63) 고문을 사장 후보에 내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이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해외 플랜트 사업 비중이 높은데 아파트를 주로 짓던 회사 출신이 내정됐다는 것은 산업은행이 또다른 낙하산을 만들었다는 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제2의 홍기택 바이러스가 산은뿐 아니라 각종 자회사나 공공기관 전반으로 전염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역 당국이 없다”고 지적했다.
몇달째 오락가락한 대우건설 사장 선임부터 후보자 재공모에 들어간 수자원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까지, 낙하산 흑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13 총선이후 여당 낙천·낙선자들이 기관장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사와 비상임이사 등으로 내려꽂힌 사례도 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분석 결과 올해말까지 새로 기관장을 뽑아야할 공공기관은 무려 50곳이나 된다. 수자원공사와 JDC 외에도 서부발전, 남동발전, 수력원자력, 자산관리공사, 마사회, 도로공사,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굵직한 기관이 망라돼 있다. 이들 50곳 기관의 현직 기관장 가운데 37명이 외부에서 온 낙하산들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벌써부터 ‘헌 낙하산에 이어 새 낙하산이 누가 올 지 걱정하고 있다. 대우건설, 현대상선 등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산업은행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낙하산 부대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무능한 낙하산이 조직을 망치고, 부패한 낙하산은 아예 노골적으로 횡령·배임을 하기도 한다. 대국민 서비스를 해야할 범정부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수장이 되면 그 기관의 미래가 위협을 받는다”며 기관의 지향점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을 임명해준 세력에 충성을 바칠 유인만 갖게돼 중장기적으로 국가전체에 해악을 끼치게된다”고 지적했다.
[조시영 기자 / 정석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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