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업황침체에 보호무역까지…철강시장 산 넘어 산
입력 2016-08-02 15:55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철강시장에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심화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연합(EU) 정부는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
지난달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도금판재류에 8.75~47.8%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했다. 중국산 도금판재류에는 최대 451%의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날 미국 상무부는 수입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대해 중국 업체들은 최대 522.23%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대우는 각각 38.24%, 64.6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물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미 상무부는 다른 냉연강판 수출국에 대해서는 브라질 25.5~46.6%, 인도 17.6%, 러시아 1.6~20.4%, 영국 0.6~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철강 과잉공급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중국도 반덤핑관세 부과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한국·일본·유럽연합(EU)산 방향성 전기강판에 향후 5년간 37.3~46.3%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방향성 전기강판은 자성을 띠는 강판으로 자동차 변속기, 변압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가격은 일반 열연강판보다 3~4배 가량 비싸다. 포스코는 가장 낮은 37.3%를 부과받는다.
EU는 지난달 29일 중국산 건설용 고성능 콘크리트 보강 철근에 향후 5년 동안 반덤핑관세 18.4~22.5%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일 미국 상무부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에 어느정도 관세를 매겨야 할지 발표할 예정이다. 앞선 품목들과 달리 열연강판은 미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많아 국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열연강판 물량은 연간 120만t 수준이다. 냉연강판 18만t, 도금판재류 59만t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방향성 전기강판의 대중국 수출량은 연간 3만6000t 정도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어떤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할 때는 해당 국가에 대해서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같은 품목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조사가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철강업체들이 불합리하게 관세를 부과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소명이 미 상무부나 ITC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 대응이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업체들은 지금까지 결정된 관세 장벽의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를 걱정하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값싼 중국산 철강이 쏟아졌고 이 때부터 세계 철강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세계 철강시장에서 나타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각 업체들은 철강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론적 방안부터, 해외 공장을 활용한 우회수출까지 다양한 방법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정도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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