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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은퇴 "오롯이 보낸 35년, 갈채 받으며 떠나련다"
입력 2016-07-19 17:48 
700 레전드 김병지.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 그라운드!"
철인 김병지(46)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19일 오후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김병지답게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전남드래곤즈를 떠나 현역생활 연장과 은퇴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골키퍼 장갑을 벗기로 했다.
김병지는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의 정리를 공표할 명분이 생겼다. 맞다. 이제 은퇴한다.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라고 적었다.

그는 "진심으로 미안한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인연들이 쉽지 않게 내민 손을 더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했다.
1992년 울산현대호랑이 입단으로 K리그에 첫 발을 디딘 김병지는 울산~포항~서울~경남~전남 등을 거치며 무려 24시즌간 국내 정상급 골키퍼로 활약했다.
K리그 706경기 출전이라는 불가능할 것 같은 기록도 남겼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대표 문지기로 61경기를 뛰며 '꽁지머리' '골 넣는 골키퍼'로 명성을 날렸다.

○ 김병지가 SNS에 남긴 은퇴사
그동안 고마웠다...
시간을 거슬러 잠시 생각을 되짚어 본다.
이 순간 내 머릿 속 파노라마들을 글로 풀어 내자니 그 길었던 시간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어찌 들려줄까..? 책이라도 쓸까? 연재를 해볼까? 싶다가,
근간 바쁜 일정 탓에 이도저도 말고 그저 맘 가는 대로 몇 자 적어 내 뜻을 전해 본다.
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머리에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 되어 있을 내가 있으니...내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라고... 생각 하며.
게다가 나의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
팬들이 만들어 준 수식어 또한 여러가지! 그 만큼 관심 받았다는 의미일것이다.
현재 내가 가져 가는 행복의 크기는 마음에 있는 것이라서 많이 깊고 크다.
이에 나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실력이란 하루 아침 연마할 수 없듯이 경기력 또한 쉽게 노쇄하지 않지만, 나는 이즈음에서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의 정리를 공표할 명분이 생겼다.
다만,
진심으로 미안한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인연들이 쉽지 않게 내민 손을 더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해를 만들 수도 있겠으나,
한 길 열심히 달려 왔으니 이 정도 외면이나 거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생각한다.
가끔은 나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살고 플 때도 있고,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 된 시간들을 보내며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어쩌면!
이 순간 정작 내가 해야 할 말을 우회적인 표현 보다 콕 찔러 말해야 하는데 ^^
은퇴!! 맞다! 이제 은퇴한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다.
너무나 긴 시간 선수로 지내왔기에 익숙하지 않다.그 간 여기저기 많은 분들께 수도 없이 받아 왔던 질문에 대해 이렇게 일단락 지어 본다.
듣고 싶었던 답이였을지...아쉬움을 주는 답이였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소신대로 간다
이미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수술을 하면서 부터였다.
수술을 집도하신 선생님께서 이미 내 아내에게 선수로서의 포기와 마음의 정리를 시켰고,
사실을 감추지 못한 아내는 재활에 안간힘을 쓰던 내게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좌절을 좌절로 받아 들이지 않고 종전 보다 더 의지와 체력을 다지니 또 다시 열렸던 선수의 길.
그렇다!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넘지 못할 것이 없음을 또 다시 깨닫게 되고,
덤으로 온 지금 나는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
보다 더 발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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