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나홀로 커지는 삼성전자, 펀드매니저들은 한숨만
입력 2016-07-19 17:44 
삼성전자가 연일 신고가 행진을 벌이며 독주 체제를 갖추자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로 자금이 쏠리고 다른 주식들이 소외되면서 액티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 수익률을 못 따라가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또 시장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도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4일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차익 매물 출현에 약세로 시작했으나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고점을 높여가 장중 154만원을 기록하며 전일에 이어 52주 최고가를 다시 썼다. 2013년 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58만4000원과는 5만원 이하로 차이가 좁혀졌다. 이날은 전날과 같은 153만3000원에 마감했으나 지난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20%에 육박한다. 최근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선진국 통화 완화 정책에 기댄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된 것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독주 장세에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운용되는 액티브 펀드는 코스피 지수를 능가하기 위해 개별 종목 투자를 늘리고 코스피 전체 시총 가운데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삼성전자 등 소수 대형 종목이 독주하는 지금 같은 시장에선 액티브 펀드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인덱스 펀드 수익률은 3.89%인 데 반해 액티브 펀드 수익률은 -1.58%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박스권 등락을 반복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펀드매니저들도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박스권 매매' 전략을 취했다.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의 삼성전자 비중은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삼성전자가 급등하자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세를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를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삼성전자를 사려 해도 주가가 150만원대로 너무 올라 메리트가 없다"면서도 "매수하지 않았다가 주가가 추가 급등할 경우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올 2분기 8조원대 영업실적을 거뒀지만 앞으로 9조원, 10조원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친화책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나오긴 힘들어 보이고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상승을 전망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하반기 유동성 장세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최근 많이 올랐다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9배 정도로 비싸지 않고 이익 개선세를 감안하면 대형주 가운데 삼성전자만 한 주식도 없다"고 말했다. 용어
■ <용어 설명>
▷ 액티브 펀드 :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 지수와 동일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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