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3사 과점체제 30년` 깨질까…업계 초긴장
입력 2016-07-17 16:44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 지분 100%를 모두 확보하며 전열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제4 신용평가사 도입 논의도 마무리에 접어들며 국내 신용평가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신용평가 3사 과점체제에 큰 변화가 예상되자 업계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치 못하는 모습이다.
17일 투자은행(IB)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국내 신용평가시장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는 제4신용평가사의 신규 진입을 위한 인가를 비롯해 단수평가제 도입, 공시제도 개선 등 그동안 금융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문제들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제4신용평가사 인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이번 공청회가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신규 신용평가사의 시장 진입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자리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제4신용평가사가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금융위가 이달 초 내놓은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 방안에는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신용평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평가 시장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개편에 대한 세부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으로 이르면 8~9월께 관련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신규 신평사에 대한 인가 문제는 최종적으로 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당국이 신용평가 시장의 마켓스트럭처(산업구조)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4신용평가사 자리를 두고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서울신용평가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꼽힌다. 서울신용평가는 현재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대한 신용평가만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에 회사채 평가 자격도 얻어 종합신용평가회사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신용평가는 최근 평가사업부분을 분할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제4신용평가사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자 한국기업평가에서 경력을 쌓은 윤우영 부사장을 영입해 신용평가업무 구축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신용평가업체들도 업계 재편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나이스(NICE)그룹과 나이스홀딩스 100% 자회사인 나이스인프라가 보유한 한국신용평가 지분 50%-1주와 KIS채권평가 지분 24.2%를 패키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전체 인수가는 700억~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이른 시일 내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국내 신용평가사를 100% 보유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무디스는 그동안 한국신용평가 경영권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50%+1주)만 확보해 놓고 한국 사업을 진행해왔다.
무디스가 지분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한국 신용평가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시장 재편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아울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에도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코리안 페이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높은 배당성향이 한몫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각종 규제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개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이익의 9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순이익 73억원 중 66억원을 배당했다.
3사의 매출액을 비교해봤을 때 신용평가 수수료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시장을 3분의 1씩 점유해왔다.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신평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이후 국내 신용평가시장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다.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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