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칠콧 보고서' 발표, 英정보기관 망신살
입력 2016-07-07 20:09 
칠콧 보고서/사진=연합뉴스
'칠콧 보고서' 발표, 英정보기관 망신살



영국 비밀정보국(SIS 또는 MI6)이 1996년에 상영돼 큰 인기를 큰 할리우드 영화 '더 록'의 내용을 베낀 것으로 보이는 정보에 한때 현혹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영화는 악당들이 VX가스라는 치명적인 살상용 화학 가스를 녹색 유리구슬에 담아 폭탄으로 만들어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주인공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의 이라크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칠콧 보고서'에는 이런 어이없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위원장을 맡은 원로 공무원 존 칠콧 경의 이름을 따 일명 '칠콧 보고서'로 불립니다.

이 보고서는 2003년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에 앞서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의 신경가스 무기와 관련해 습득한 정보가 숀 코너리와 니컬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더 록'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것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MI6는 2002년 9월 한 소식통으로부터 후세인 정권이 VX와 사린 그리고 일부 신경가스를 이라크 알 야르무크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았습니다. 당시 이 소식통은 이 신경가스가 유리구슬을 연결한 형태를 포함해 다양한 용기에 담겨 운반됐다고 알려줬습니다.

이 소식통은 수년간 알 야르무크에서 화학 전쟁 물질 생산이 늘어왔다고 보고했고, MI6 내에서는 이를 '소중한 정보'로 인식하고 유리구슬 화학 폭탄에 대한 경계심이 일었었다고 칠콧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당시 이 정보는 2002년 9월 11일과 23일에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를 포함해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 등 최고위급 인사들에게만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MI6는 그해 10월 초 이 정보의 신뢰성을 논의한 끝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중에서야 이 소식통이 한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칠콧 보고서는 "유리 용기는 화학 군수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신경가스가 유리구슬에 담겨 운반되는 것으로 잘못 묘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MI6가 화학 가스를 유리 용기에 담는 문제와 영화에 묘사된 부분과의 유사점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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