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미콘 2위 삼표, 창사 50년만에 IPO…시총 1조 웃돌 듯
입력 2016-07-07 17:35 
국내 레미콘 2위 사업자인 삼표가 1966년 창립 이후 50년 만에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자본 확충을 통해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로 과중해진 재무 부담을 줄이고 경쟁사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삼표는 다음주 중 제안서를 접수하고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쳐 조만간 주간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삼표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1조1177억원과 영업이익 856억원을 기록했다. IB업계에서는 삼표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이 지분 8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장남인 정대현 부사장이 그다음으로 14.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기존 주주 지분을 일부 매출하고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표는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재무개선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표는 지난해 산업은행PE와 함께 동양시멘트를 7943억원에 인수하면서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2000억원을 빌렸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도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뛰었다.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를 제외하고 전 계열사가 비상장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삼표의 이번 상장 추진은 이례적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재무개선은 표면적 목적일 뿐 삼표가 (주)동양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주)동양 최대주주는 국내 레미콘 1위 업체인 유진그룹으로 25.07%를 보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이 아직 (주)동양의 경영권까지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 유진그룹과 삼표의 레미콘 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삼표는 지난해부터 (주)동양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유진그룹을 견제해왔다. 정 회장은 최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보유분을 합쳐 (주)동양 지분율을 5%까지 끌어올렸다.
삼표는 올해 초 열린 (주)동양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유진그룹 측의 이사 수 증원 및 추천 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표가 (주)동양의 지분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주)동양 경영권 다툼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경영권 다툼이 현실화한다면 현재로선 유진그룹이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정 회장이 과감한 베팅으로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전례가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동양이 보유 중인 4000억원대 현금 자산은 지난해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주)동양에 지급한 대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진그룹이 (주)동양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표의 회삿돈이 경쟁사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주)동양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1000억원을 합하면 5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삼표 관계자는 상장 추진에 대해 "현재 초기 검토 단계로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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