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인회생' 미끼로 546억 수임료…변호사·브로커 206명 적발
입력 2016-07-07 10:24 
개인회생 브로커/사진=연합뉴스
'개인회생' 미끼로 546억 수임료…변호사·브로커 206명 적발



과다 채무자가 새 삶을 위해 문을 두드리는 '개인회생 제도'가 여전히 브로커와 변호사의 돈벌이에 악용되는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최성환 부장검사)는 올해 3월부터 수사과와 함께 개인회생 브로커 관련 사건을 수사해 브로커와 변호사 등 206명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수사과가 지난해 8월부터 자체 단속한 인원을 합하면 총 225명이 입건됐다. 57명은 구속기소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개인회생 브로커 168명은 변호사 명의를 빌려 의뢰인과 수임계약을 맺고 변호사의 관여 없이 각종 서류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 총 3만4천893건의 사건을 처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습니다.


이들이 수임료 명목으로 벌어들인 돈만 5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 경매 업무를 처리하는 브로커 13명도 적발됐습니다. 변호사 없이 명의만 빌려 '법무법인' 간판을 걸고 분사무소까지 운영해 955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16억원 가량을 챙겼습니다.

명의를 빌려주고 이득을 챙긴 변호사 33명, 법무사 8명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도 신청했습니다.

이번 수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의뢰인을 모집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브로커에게 공급하는 광고업자도 2명 적발돼 변호사법 방조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개인회생 브로커 범죄는 불황의 여파로 회생 사건 시장이 커지면서 확산했습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4만6천여건이었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4년 11만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인천지검이 지난해 개인회생 브로커 범죄를 집중 단속해 관련자 149명을 적발한 바 있으나, 근절되기는커녕 이번에도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는 매달 100∼300만원을 챙기고, 브로커가 처리하는 사건당 '관리비' 명목으로 20만원 안팎을 더 받았습니다.

2년간 2억7천만원 넘게 챙긴 변호사, 사무실 임차료조차 없어 명의를 빌려주고 브로커 사무실에 방을 얻은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변호사 이름을 내건 브로커들은 수임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다. 브로커와 변호사 사이 이런 '검은 공생'의 피해는 고스란히 회생 신청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의뢰인은 수임료마저 빌려야 하는 처지였는데,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해 상담 때 대부업체를 연결해 30% 넘는 고리를 떠안겼습니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브로커가 개인회생 사건을 취소해버리는 바람에 의뢰인들은 대출금을 우선으로 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의뢰인은 빌린 수임료 변제 독촉을 받자 결국 개인회생을 포기하고 수임료 8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개인회생 의뢰인들에게 수임료 대출을 한 대부업자 1명도 변호사법 위반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브로커의 수익성이 알려지면서 대부업자가 이자 수입을 위해 직접 개인회생팀을 운영하거나, 광고업자가 대형 회생팀을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조직적 범행으로 개인회생 시장을 장악하면서 진입장벽이 생겨 오히려 변호사의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전문지식이나 법적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채 사건을 맡아 부실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업무 차질을 겪는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부 브로커는 조사 과정에서 '회생 신청을 안 해준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거나, 변호사 못지않은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해 잇속을 챙기는 브로커와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 등 관련자들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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