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매너야구’ 만드는 좋은 습관, 서로에 대한 배려
입력 2016-06-22 08:15 
벤치클리어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야구에서도 나온다. 어떤 상황, 어떤 형태로 발생될 때 최소한의 이해를 받을 수 있는지 야구인들의 바른 인식이 중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400만 관중 돌파로 넘치는 팬 사랑을 자랑하면서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의 위용을 뽐내려던 21일의 KBO가 두 곳의 벤치클리어링(이하 벤클)으로 눈총을 받았다.
문학구장에서는 옆구리에 공을 맞고 걸어 나가던 SK 김강민이 LG 선발 류제국과 ‘눈싸움을 하다가 마운드로 올라가면서 주먹다짐으로 번졌고, 마산구장에서는 NC 박석민의 등 뒤로 날아간 공에 벤클이 벌어지고 이후 고의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보복성 투구까지 나왔다.
두곳 모두 벤클까지 벌어질 상황이 아니었다는 관찰이 다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각각 투수와 타자의 입장을 심정적, 혹은 전략적으로 이해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이는 야구판에서 위협구와 벤클이 사라지기 힘든 배경이 된다. 벤클 이전에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타자들의 습관, 투수들의 개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몸에 맞는 공은 아프다
타자들은 ‘고의성 있는 몸쪽 공을 거의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투수가 타자의 등쪽을 겨냥하고 던지는 공은 십중팔구 알아챈다. 그러나 이 ‘감은 절대적이지 않다. 타자들이 대충 알 수 있다”고 장담할 수준의 높은 정확성은 결코 아니라는 게 투수들의 말이다. 전혀 고의성이 없는 빠진 공인데도 타자가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억울해하는 투수들이 많다. ‘위협구 감지능력에 대한 타자들의 확신이 실제보다 과한 정도만큼, 투수들과의 마찰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몸에 맞힌 공이 아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투수는 스스로에게 벌컥 화가 날 수 있다. 이를 다스리는 멘탈은 투수가 해낼 몫인데, 이 때 타자가 (전혀 고의가 아닌 공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면 투수는 순간적으로 화를 다스리기가 힘들어진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을 몸에 맞으면 마운드를 보지 말고 1루 쪽으로 걸어가는 게 좋다. 걷는 동안에 투수도 타자도 한 김 마음을 가라앉히고, 타자가 1루에 도착하면 투수는 짤막하게라도 사과 표현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공에 맞은 타자가 타석 혹은 1루로 걸어가는 도중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투수가 표현을 해주면 더욱 좋다. 투수는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타자가 겪은 공포감은 충분히 생생했을테니까. (타자의) 지나치게 까칠한 반응을 성토하는 투수들에 대해 타자들은 크게 섭섭하다. 스치듯 맞은 경우에도, 느린 구속의 변화구였다 해도 몸에 맞는 공은 아프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타자들은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위협을 느낀다.

‘보복성 위협구가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어떤 의사표현의 전략으로도 타자의 몸을 향해 던지는 공은 선택되지 말아야 하는 게 이 판에 살아있어야 할 동업자정신이다.
▶돌발 타임요청, ‘타이밍싸움의 매너
의도된 공격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타석에서 돌발적으로 타임요청을 하는 국내 타자들의 버릇에 투수들의 원성이 많다. 투수가 (투구 동작을 위한) 호흡을 시작했는데 돌연 타자가 타석을 빠져나가면 투수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부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타자들에겐 배트를 들고 있는 자세부터가 스윙의 시작인 것처럼, 투수들에겐 호흡을 시작한 순간부터가 투구동작의 시작이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타석에 들어선 이후에 타임이 필요할 경우, 타자는 얼굴을 투수에게 향한 채 타임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고 난 이후에 자세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타자들 중에는 타임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발을 빼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고 아쉬워했다. 섬세한 타이밍과 밸런스로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투구동작 중에 타자의 돌발적인 타석 이탈을 당하면 투수는 충격을 겪는다. 불필요한 긴장감 혹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벤클은 ‘反폭력적이어야 한다
‘집단폭력의 모습인 벤클이 그라운드 안에서 암묵적으로 용인 받는 이유는 폭력적인 플레이에 대한 항거,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팬들이 이해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클은 최소한의 물리적 충돌과 화끈한 집단 대치로 서로의 선수를 ‘보호하는 강력한 의지를 교환하며 마무리돼야 한다. 실제 주먹을 주고받거나 길게 이어지는 벤클, 뒤끝을 보이는 갈등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퇴출대상이다. 정당한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를 펼치면서 온국민이 즐기고 환호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로 사랑받기 위해 야구인들이 되새겨야 할 기본이다.
[chicle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