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변, 탈북자 구제 청구…국정원은 '거부'
입력 2016-06-20 20:36 
민변 탈북자/사진=MBN
민변, 탈북자 구제 청구…국정원은 '거부'



4월 초 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해 집단 입국한 종업원 12명의 자진 입국 여부와 현재 국가에 의한 수용·보호시설 거주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재판이 21일 열립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21일 오후 인신보호 소송의 심문기일을 열어 이들에 대한인신보호가 필요한지를 심리할 예정입니다. 법원이 국내 보호센터에 머무는 탈북자들의 수용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절차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해 인신보호법상 구제를 청구했습니다.

인신보호법에 따르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법인·개인,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된 사람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용자의 수용이 적법하지 않거나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계속 수용된 경우 구제 청구가 가능합니다. 당사자나 가족, 법정대리인, 후견인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이 낼 수 있습니다.

이번 청구는 이들 종업원이 자유 의지로 입국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생긴 끝에 제기됐습니다.

앞서 민변은 북한 종업원들의 자발적 입국 여부를 둘러싼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며 구제를 청구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에는 접견을 신청하고 직접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만큼 접견은 불가능하다'며 민변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민변은 이에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정모 교수를 통해 북한 가족들 위임장을 받아 인신 구제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일단 민변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기 위해 이들이 법정에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정원에 출석명령 소환장을 보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법원의 출석명령에 난색을 보이며 법정대리인들만 출석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20일 "본인들이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얼굴 공개 문제도 있고, 법정에서 자신들이 뭐라고 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북한의 주장대로 납치된 것이라면 북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자진입국이라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생사가 위험에 처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국정원 측은 센터에 수용된 탈북자가 인신 구제 청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센터의 기능이 '탈북자 보호'인 만큼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국가정보원 인권보호관인 박영식 변호사도 지난달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도착한 이들 가운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민변의 접견신청후 국정원 요청으로 5월14일 북한 종업원 12명을 일대일로 개별 면담했고, 이 면담에서 종업원들이 모두 "민변과 접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일각에서 나오는 일부 종업원의 '단식 농성설' 등도 일축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일제히 민변의 인신구제 청구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는 이날 서초동 법원 기자실을 찾아 "민변의 인신구제 청구가 인권피해자인 탈북자와 그 가족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법원에 청구 각하를 요구했습니다.

단체는 "종업원들의 자발적 입국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건 사실상 '납치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라며 "이는 국가기관과 중국, 제3국의 인권활동을 범죄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민변이 확보한 위임장은 북한 가족을 가장한 북한 당국의 의사를 대리하고 있을 뿐 구제청구자 가족들의 위임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위임장 수령과정도 불투명하다"며 "사법당국은 북한과 접촉한 민변의 위임장 전달과정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민변 통일위원장인 채희준 변호사는 "센터 내에 수용되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외부와의 접견을 막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적 행위"라고 말했다. 민변은 법원에서 수용해제 결정을 내리면 특정 종교 단체에서 마련해 준 곳으로 종업원들의 거처를 옮길 예정입니다.

하지만 탈북자 단체 연합체인 '자유통일탈북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초동 민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신구제 청구는 북한 해외근로자의 인권을 빌미로 김정은 독재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자청하겠다는 계획적인 종북활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원은 일단 21일 비공개 심문기일을 열어 재판을 해보고 부족한 경우 추가 기일을 잡을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은 청구의 법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엔 각하 결정을, 구제 청구 이유가 없다고 볼 땐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 수용을 즉시 해제하라고 명할 수 있습니다.

또 피수용자들의 신체 위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는 수용 임시 해제를, 신병 보호가 필요한 경우는 다른 수용시설에서 신병을 보호하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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