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동차 부품으로 이란서 금맥 캐는 이림전자
입력 2016-06-20 16:40 
정 대표가 자동차 엔진 테스트 설비 옆에서 점화코일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란이 올해 1월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이란시장 공략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이 곳에서 금맥을 캐고 있는 회사가 있다. 자동차·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림전자다.
산업단지공단(이사장 강남훈)이 선정한 올해 글로벌 선도기업 32곳중 한 곳인 이림전자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며 이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브라운관 TV·복사기 등에 들어가 내부 전압을 순간적으로 높여줘 기능을 향상시키는 고압변성기가 주력이었다. 이림전자는 국내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자적인 방식의 고압변성기로 영국의 제록스에도 제품을 공급하며 인정받았다.
정재덕 이림전자 대표는 제록스를 통해 연간 2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지만 회사를 퀀텀점프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3년 이후로 브라운관 TV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 대표는 틈 나는 대로 다른 업종의 임직원들과 교류하면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그러던 중 산업단지공단에서 부품소재 미니클러스터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한 자동차 업계의 대표가 건넨 말이 전환점이 됐다. 그는 고압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다면 점화코일이라는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한 것이다.

정 대표는 ‘경험도 없는 자동차 부품 제조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점화코일은 가솔린 차량 엔진룸에 들어가는 점화장치로 2만5000~3만V 수준 고압의 전기불꽃을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엔진의 출력을 내는 핵심부품”이라며 기존에 해오던 제품과 공통적으로 고압과 관련된 기술이 쓰였고 이 분야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화코일은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차량이 멈춰버리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만큼 신뢰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쉬, 델파이 덴소, 보그워너 등 글로벌 업체들이 꽉 잡고 있었다.
이림전자가 취한 전략은 우선 글로벌 기업의 힘을 빌려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대형 자동차 부품사 중 하나인 보그워너(Bogwarner)가 국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이란의 자동차 회사 호도로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보그워너를 꾸준히 설득해 점화코일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을 공급하는데 성공했다”며 당시 이란은 서방국가와의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값 싼 중국산이 판치고 있었는데 품질이 워낙 떨어져 현지에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란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차량 개발 능력은 없지만 해외에서 차량의 라이선스와 설비를 들여와 차량을 생산해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후 이림전자에 기회가 왔다. 2012년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가 더욱 강화되면서 미국·유럽산 제품의 수출길이 막혀버린 것. 하지만 보그워너는 이란 자동차 부품업체와 3년간 공급 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보그워너에서 부품을 직접 공급하기 어려워지자 우리회사에 점화코일 모듈 전체를 생산해 공급해달라고 부탁해왔다”며 임직원들과 함께 한 달간 밤낮없이 설비 설치와 제품 생산에 매달린 결과 현재는 자체 브랜드로 이란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현대기아차로부터 SQ 협력사 인증을 받아서 자동차 실내 공기청정 기능을 하는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부품을 생산해 본격적으로 공급하며 자동차 부품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점화코일은 회사 매출액(지난해 110억원) 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아이템으로 성장으며 지난해에는 450만달러(약 53억원) 규모의 점화코일을 이란 호도로에 공급한데 이어 올해는 8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안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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