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렉시트 투표 자충수 英캐머런 총리, '국론분열' 정치적 책임지나
입력 2016-06-20 10:21 
브렉시트/사진=연합뉴스
브렉시트 투표 자충수 英캐머런 총리, '국론분열' 정치적 책임지나



과감한 승부수로 승승장구해온 데이비드 캐머런(50)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 투표를 앞두고 대내외 비난으로 곤경에 처했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자로서 투표 후 사임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도 거셉니다.

◇ '과감한 승부사' 캐머런 총리…브렉시트로 사면초가 = 1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습니다. 당시 43세로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습니다.

당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 입학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습니다.

총리에 오른 뒤 노동당 집권 시기 금융위기와 복지 확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불어난 재정적자를 낮추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펼쳤습니다.

집권 초반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없애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최대 3배가량 인상할 수 있는 법안을 강행 처리해 2011년 젊은 층의 폭동을 맞기도 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NHS)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국민의 불만이 팽배했고 학교 부족과 급식 예산 부족 등을 지적하는 교사들의 비난도 거셌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캐머런 총리는 재정적자 축소를 밀어붙여 한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대에 달했던 재정적자 비율을 5%로 끌어내렸습니다.

2014년에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캐머런 총리에게는 최대 시련이었습니다. 치밀한 계산 없이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해줬다가 영국 연방이 와해할 수도 있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2013년 1월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 국민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캐머런은 2015년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이 승부수는 현재 부메랑이 돼 캐머런 본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애초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일부 권한을 돌려받고 EU의 추가적인 통합 움직임을 막는 방향으로 EU 협약을 개정하는데 방점을 둔 카드였습니다. 그러나 EU 측이 협약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는 탓에 영국의 운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 "총리직 계속하겠다"…투표 후 사임 압력 커질 듯 =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투표로 그의 인생을 끝낼 수 있는 도박을 했다면서 6년간 영국 총리직을 수행해온 운 좋은 정치인의 행운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캐머런 자서전의 저자인 제임스 해닝은 이번 투표로 캐머런 총리가 굴욕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다른 업적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지난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에 동참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과 같은 상황에 캐머런 총리가 처해있다고 봤습니다.

해닝은 "당신들은 브렉시트 투표가 캐머런 총리에게 이라크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블레어 총리가 북아일랜드, 코소보 등에서 외교적 성공을 거둔 뒤 이라크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사람들이 이를 캐머런 총리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캐머런 총리가 영국 내 유로 회의주의 지지 세력의 힘과 보수당 내 비난을 간과해왔다고 생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EU 회의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 보수 진영 고위 인사들은 캐머런 총리를 수개월간 공격해왔습니다.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찬반 유세는 나라를 양분시켰다. 보수당 내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캐머런 총리의 국민 투표 도박이 헛됐음이 증명됐다"고 비난했습니다.

리즈대학의 영국 정치학 강사인 빅토리아 허니먼은 브렉시트 투표에 관련해 캐머런 총리가 시한폭탄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를 정치인 인생과 엮어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BBC방송에 출연해 브렉시트 찬성 결과가 나오면 총리직을 물러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2015년 총선을 했고 우리당이 이겼으며 나는 당을 이끄는 재선 총리다"고 말했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나는 재협상을 약속했고 이를 해왔으며 국민 투표를 약속했고 우리는 하고 있다. 나는 영국 국민의 지시를 받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해왔고 그런 측면에서 남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나는 이번 투표를 정치인의 미래나 특정 정치인과 엮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투표 후 존슨 전 시장 또는 고브 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곧 사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EU 잔류로 투표 결과가 온다고 해도 캐머런 총리의 재직 시한은 정해져 있다. 그는 이미 2020년 차기 총선 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입니다. 분열된 보수당으로선 캐머런 총리를 더욱 일찍 용퇴시키고 후임 총리가 브렉시트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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