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포에 주식 사라`는 격언, 브렉시트에 적용해도 될까
입력 2016-06-20 06:02 
[마켓인사이드-29]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글로벌 증시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 수급 상황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순매도 행진을 벌이는 등 나빠지고 있다.
 1분기 기업 실적이 좋게 나와 모처럼 상승세를 타나 했는데 아쉽게도 투자자들은 지금 어느 때보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9~16일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2020선에서 1950선 초반까지 미끄러졌다.
 글로벌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중심에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공포가 사라질 때까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글로벌 머니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가 단기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재의 깊이와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성장성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실 주식시장에는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공포가 극에 달할 때는 사라는 격언이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공포스러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며 최고로 비관적 심리가 고조될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개인 큰손'인 이른바 슈퍼개미들이 국내 증시가 부진한 틈을 타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증시가 주저앉은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폭락해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외로운 매수자'가 되면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용기를 가지려면 평소 주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도 과거 신문 기고에서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최악의 상황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을 때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기고에서 대공황 때인 1932년 7월 8일 다우지수가 41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경제 상황은 1933년 3월까지도 계속 악화됐지만 증시는 30%나 상승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지만 주가는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나쁜 소식은 투자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며 "미래 일부(주식)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또 "로빈(개똥지빠귀)을 기다리다간 봄날이 지나가 버릴 것(If you wait for the robins, spring will be over)"이라고 했다. "퍽(공)이 있던 곳이 아니라 퍽이 가는 곳으로 스케이팅한다"고 말한 위대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명언도 자주 인용한다.
 버핏은 평소에도 "나의 투자론은 단순하다"며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을 부릴 때는 두려워해야 하고, 그 투자자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는 그는 역발상 투자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같은 '공포장'에서 역발상으로 생각해 볼 여지는 분명히 있다. 브렉시트 투표가 임박하자 주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주식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통념과는 다르다.
 그들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주식시장은 잠깐 변동한 뒤 빠르게 낙폭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브렉시트가 가결되더라도 당장 탈퇴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간 많은 절차를 또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꼽는다. 또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반대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계속 미뤄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브렉시트에 대한 과도한 시장 반응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것.
 투표가 부결된다면 당연히 코스피는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며 빠르게 2000선을 회복할 것이다. 본래 2000 이상이던 코스피가 브렉시트 이슈가 불거지면서 1950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리스크가 소멸할 경우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2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삼성전자 등 호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또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브렉시트 투표 전후가 바로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 주식시장 공포를 어떻게 가늠했는지에 대한 재미난 속설도 있다. 예를 들어 TV 저녁 뉴스에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뉴스로 주가 하락 이야기가 나오면 주식을 살 때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야 할 만큼 주식시장의 하락이 심각하다고 인식될 때가 공포가 극에 달했을 시점이라는 것. 공포가 극도로 퍼져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주가도 지나치게 싸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비춰봤을 때 하락장 속에서 저가 매수한 세력이 결국 나중에 웃었다. 브렉시트의 공포로 얼룩진 주식시장에 이번에도 '공포에 주식을 사라'는 격언이 맞을지 주목된다.
[전병득 증권부 차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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