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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6] 크로아티아, 와인병을 너무 일찍 땄나
입력 2016-06-18 09:00 
크로아티아의 좌절. 그럴 만도 하다. 사진(프랑스 생테티엔)=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경기 시작 후 한 시간까진 크로아티아 타임이었다.
이반 페리시치와 이반 라키티치의 연속골로 2-0 앞섰다. 전반 체코가 유효슛을 단 하나도 기록 못 할 정도로 내용 면에서도 압도했다. 라키티치의 추가골이 터지고 얼마 안 있어 크로아티아 팬들은 승리 찬가를 불렀다. 파티를 열자. 오늘 밤 우린 포도주를 마실 거라네.” 경기 내용을 대변하듯 반대편 체코 팬들은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팬들의 노랫말을 듣고 와인 마실 궁리를 한 건 아닐 테지만, 손쉽게 따낸 2점 때문인지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전반과는 다른 표정을 지었다. 한 에 봐도 전방 압박은 느슨했다. 루카 모드리치가 부상 아웃한 뒤에는 중원에서 공을 소유할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사가 풀렸달까?

주장 다리오 스르나는 60분 전까지 매우 좋은 경기를 했지만, 그 이후에는 불행히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체코는 절묘하게 이 틈을 파고들었다. 모드리치가 빠진 크로아티아의 중원은 체코 플레이메이커 토마스 로시츠키에겐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전반 제대로 공을 만져보지도 못한 로시츠키는 마크가 허술해진 틈을 노려 얄금얄금 상대 진영으로 전진했고, 31분 날카로운 대각 크로스로 밀란 슈코다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양상은 급변했다. 크로아티아 일부 팬들은 선수들이 고전하는 꼴을 보고 와인 생각이 싹 달아났는지, 갑자기 경기장 안으로 화염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팬들이 무얼 노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분위기 환기를 바랐다면 작전은 대실패다. 경기장 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체코는 약진 앞으로, 크로아티아는 후퇴, 후퇴를 외쳤다.
철옹성 같던 크로아티아 수비진은 모래성처럼 변했다. 박스 안에서 자꾸만 ‘상황이 벌어졌다. 위험 신호였다. ‘방귀가 잦으면 대변이 나온다고, 크로아티아는 후반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도마고이 비다의 핸들링 파울에 의해 동점골까지 내줬다. 2-0의 스코어가 30분 만에 2-2로 바뀐 순간이다.
크로아티아는 남은 시간 남은 힘을 쥐어짜 경기를 다시 뒤집으려 했지만, 골을 넣을 힘까진 남아있지 않았다. 20여분전과 달리 크로아티아 팬들은 침묵했고, 체코 팬들은 경기장 떠나가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어이, 크로아티아. 끝나야 끝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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