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정신건강이 '삶의 질' 좌우한다"…심각한 정신질환도 사소한 문제로 시작
입력 2016-06-04 14:29  | 수정 2016-06-04 14:31
사진 = Pixabay
"사소한 증상이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유엔(UN)이 내놓은 '2016 행복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58위로 전년보다 11계단이나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낮아진 행복지수를 반영하듯 젊은층에서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 등의 자조 섞인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잡고 결혼해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대변하는 용어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우울증·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이런 증상이 분노로 표출돼 끔찍한 사건, 사고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적, 구조적인 분위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개개인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정신건강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수준의 정신질환도 처음에는 자존감 상실이나 우울·불안처럼 개인의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렇게 앓게 된 정신질환은 다른 질병보다 병증이 오랜 기간 지속하며, 그로 인한 개인 및 가정경제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규섭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해 수준은 낮다 보니 여전히 정신건강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소한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하면 질환 자체로 겪는 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사회적인 어려움마저 겹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정신건강에서 시작된 질병은 평생에서 차지하는 질병 부담 기간이 22.9%에 달해 단일 질환 중 가장 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또 정신질환으로 수명에서 손해를 보는 기간도 전체 삶의 7.4%로, 암(7.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곧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거나 수명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랜 질병 부담 기간은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국,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중증 정신질환자의 소득수준은 일반인의 약 78%, 경증 정신질환자는 약 91% 정도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해외 사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소득 격차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지난해에는 단일 정신질환 환자의 진료비가 연간 695만9천원으로 모든 질환을 통틀어 세 번째로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보니 사소한 질환인데도 치료를 꺼리거나 본인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의식적으로 질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사소했던 증상은 더 심해지고, 결국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개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결국 국가·사회적으로 생산성 손실,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정신건강문제의 사회경제적 영향분석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울증과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10조3천826억으로 5년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 단장은 "개인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 또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증상이 사소하더라도 전문가로부터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한데, 가령 각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처럼 이미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에서 제공하는 정신보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게 하 단장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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