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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보크하고…‘수난’의 로저스 외로웠다
입력 2016-05-24 21:00  | 수정 2016-05-24 21:02
한화 이글스의 에스밀 로저스는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사진은 2회 대니 돈을 빈 글러브로 태그하는 로저스(오른쪽).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에스밀 로저스(한화)의 첫 고척돔 등판은 ‘수난에 가까웠다. 의욕이 넘쳐 꽈당 넘어진 데다 보크까지 범했다. 그답지 않은 잦은 실수. 그럼에도 나름 잘 버텨낸 독수리군단의 에이스다. 다만, 이날따라 그가 외로웠다는 게 문제였다.
로저스는 지난 19일 포항 삼성전에서 3번째 도전 끝에 첫 승 사냥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피안타만 12개를 맞았다. 그의 KBO리그 진출 후 1경기 최다 피안타. 위기마다 버텨내며 그나마 5실점으로 막았다. 더불어 타선이 폭발한 덕을 보기도 했다.
당시 경기를 TV로 지켜밨던 김 감독은 어제 팀이 잘 하더라”라고 평했다. 그러나 로저스에 대해선 다소 기복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지난해 같은 힘이 나올 때가 됐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넥센전 호투의 강렬한 인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저스는 지난해 9월 25일 대전에서 넥센을 상대로 5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박병호를 비롯해 넥센 타선을 꽁꽁 묶었다.
242일 만에 넥센을 다시 만난 로저스는 1회를 공 13개로 끝냈다. 5일 전(피안타 2개·20구)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 그러나 2회 실점을 했다. 누구 탓도 아닌 자신의 실수로.
고종욱의 2루타로 몰린 1사 2,3루. 로저스는 박동원을 투수 땅볼로 유도했다. 3루주자 대니 돈은 3루와 홈 사이서 런다운에 걸렸다. 그러나 로저스는 직접 공을 들고 태그하려다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 사이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 성공. 허탈한 실점이었다.
로저스는 흥분했다. 그의 말대로 태그를 했지만 공은 글러브 안이 아닌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흔들릴 법 했으나 로저스의 피칭은 위력적이었다. 김하성, 임병욱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3회에도 보크 판정 속 2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2루 견제로 박정음을 아웃시켰다.
다만 판단 미스가 또 한 차례 있었다. 이번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었다. 5회 무사 2루서 임병욱의 번트 타구가 빨랐다. 로저스가 공을 잡았을 때 2루주자 김하성은 3루와 떨어져 있었다. ‘승부를 걸어 볼만 했다.

그렇지만 로저스는 3루가 아닌 1루로 공을 던졌다. 1사 3루, 그리고 서건창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역전됐다. 앞서 넥센이 2회 무사 2루서 조인성의 번트 타구를 3루로 던져, 불을 끈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2번의 실점은 로저스, 그리고 한화에게 타격이었다. 로저스는 잘 던졌다. 올해 최고의 피칭이었다. 문제는 로저스의 공이 아니라 한화의 방망이였다.
한화는 지난 19일 포항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홈런 4개 포함 안타 10개와 4사구 7개를 묶어 9점을 뽑았다. 로저스가 버틸 수 있던 힘이었다. 그러나 고척돔에 대한 낯설음 때문일까. 한화 타선은 로저스를 돕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의 에스밀 로저스는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5일 전 삼성 라이온즈전과 달리, 이번에는 타선의 화끈한 지원 사격은 없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1회 로사리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침묵했다. 2회 무사 2루-5회 1사 1,2루서 결정타는 터지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4.65의 코엘로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김태균, 조인성이 결정적인 순간, 힘을 쓰지 못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로저스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시즌 최다 이닝(7⅓이닝). 그러나 그런 역투에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로저스는 팀이 1-2로 뒤진 8회 마운드를 쓸쓸히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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