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감사원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채우고도 3천억원 이상 남아"
입력 2016-05-24 17:30 
감사원 누리과정/사진=연합뉴스
감사원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채우고도 3천억원 이상 남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완전히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 11곳이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쓰면 전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채우고도 3천억원 이상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개별 교육청 단위로 보면 인천·광주 교육청은 실제 재원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다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고 감사원은 24일 공개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실태 감사 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또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이 유효하므로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하여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감사 내용은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입장과 유사한 것으로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됩니다.


감사원은 법률자문을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이 "현시점에서는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법률자문은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3위인 법무법인 3곳, 한국공법학회가 추천한 교수 3명, 정부법무공단 등 7곳입니다.

구체적으로 시행령이 위헌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7곳 중 5곳이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으나 2곳은 "위헌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행령이 영유아보육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7곳 중 4곳이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3곳 중 2곳은 "위배된다"고, 1곳은 중립의견을 냈습니다.

감사원은 이런 자문과 '시행령이 모법(母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지만 모법에 합치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경우에는 무효로 선언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과거 판례를 토대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감사원은 시행령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최종 판단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은 곳은 모두 11곳입니다. 이 중 광주·경기·전북·강원 등 4개 교육청은 2016년도 누리과정 예산 전액, 서울·부산·인천·충북·전남·경남·제주 등 7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일부가 편성돼 있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이 교육청 11곳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이 가능한 재원을 점검한 결과 1조9천73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1조6천605억원)보다 3천1322억원이 더 많은 것입니다.

감사원은 자체 재원이나 정부 지원을 비롯한 추가 세입, 인건비나 시설비로 과다편성된 예산 등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으로 봤습니다. 여기에는 지자체가 교육청에 줘야 하는 학교용지매입비와 지방세 정산분 등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전광춘 감사원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학교용지매입비와 관련, "교육청이 받지 못한 누적금액 중 이번 감사 과정에서 시·도가 각 교육청에 주겠다고 약속한 1천억원 가까이 되는 돈만 (활용 가능한 재원에) 포함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별로 보면 누리과정 예산 부족 규모가 가장 많은 경기 교육청(5천459억원)의 경우 활용 가능 재원(5천693억원)을 이용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도 234억원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서울교육청은 431억원, 경남은 1천899억원, 충북은 661억원, 부산은 465억원 등의 규모로 활용 가능한 재원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보다 많았습니다.

반면 인천 교육청과 광주 교육청의 경우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활용 가능 재원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 교육청의 경우 717억원, 광주 교육청이 400억원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감사원이 교육부의 입장과 비슷한 감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헌법·법률 해석 기관이 아닌 감사원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에 대해 "유효하다"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원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민철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브리핑에서 "시행령이 위헌이냐 위법이냐 판단 기관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으로 감사원이 아니다"면서도 "보육 대란 계속되는 이 와중에 지금 상황에서 현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적절한지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률 자문 결과 다수 의견이 위헌·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으며 논거도 타당했다"면서 "현시점에서는 가장 중립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 계산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 사무차장은 "보수적으로 현장에 나가서 하나하나 확인했던 것"이라면서 "활용 가능한 재원 분류는 해당 교육청도 다 인정했다. 다만 이것을 누리과정에 쓸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서는 교육감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교육청이 이번 감사 결과를 이행할지도 문제입니다.

신 사무차장은 "감사결과가 통보돼도 그 자체로 강제성을 띄진 않는다"면서 "교육청이 앞으로 있을 누리과정 에산시에는 추경 반영해서 적극 편성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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