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스트리아 트럼프’ 대선 실패했지만 절반의 성공
입력 2016-05-24 16:44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로 불리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접전 끝에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유럽 최초의 극우정당의 집권이 문턱에서 좌절됐다. 유럽 각국은 안도하면서도 반(反)난민 정서에 기반한 우파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세력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좌파 성향의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가 극우 정당 자유당 소속인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불과 3만2000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호퍼 후보가 당선됐다면 유럽에서 처음으로 극우정당 후보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사례로 기록될 터였다.
호퍼 후보는 대권에는 실패했지만 49.7% 득표율로 극우 정당의 약진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FT는 호퍼가 패배한 덕분에 유럽 지도자들은 극우 정당 출신 대통령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자유당은 반(反)이민 뿐만 아니라 반 유럽연합(EU)을 주된 슬로건으로 삼고 있어 EU 분열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거부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에서는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강화되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 전역에서 기존 주류 정당들은 극우 세력에 밀려 영향력이 쪼그라들고 있다.

오스트리아 대선은 최종 승패와 관계없이 우파 득세를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사실상 승자는 호퍼와 자유당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정권을 잡았던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과 보수당 인민당 모두 지난 4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주류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도 표출됐다.
유럽유대인회의를 이끄는 모셰 칸토르 의장은 불행하게도 온건한 정당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족이 호퍼 후보와 자유당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다”면서 이같은 트렌드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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