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추락 이집트 여객기 잔해 함부로 다뤄 중요단서 훼손 우려
입력 2016-05-24 09:48 
이집트 여객기 추락/사진=연합뉴스
추락 이집트 여객기 잔해 함부로 다뤄 중요단서 훼손 우려



탑승객 66명을 태우고 지중해에 추락한 이집트 항공기의 잔해를 이집트 당국이 함부로 다뤄 증거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집트 당국의 사고 해역 조사가 비전문적으로 이뤄져 자칫 사고 원인을 입증할 증거가 '부실하게 다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가 난 이집트항공의 에어버스 A320 MS804기의 추락 해역에서 나온 항공기 기체 잔해와 승객 소지품,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탑승객의 신체 일부 등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조사원들은 보호복을 입지 않았고 수거물을 보호 용구에 담지도 않는 장면이 드러났다고 WSJ는 보도했습니다.

보호복과 보호 용구는 수거물에 화학 물질이 덧붙여지지 않도록 해 추후 화학 검사를 통해 폭발 물질 성분이 있는지 판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WSJ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인체 장기의 병리학적 분석 결과나 항공기 잔해가 발견된 면적, 기체 변형 상태 등은 항공기가 공중에서 폭발한 다음 추락했는지, 폭발 없이 곧바로 바다에 추락했는지를 가늠케 한다고 영국 크랜필드 대학교의 항공 사고 전문가인 그레이엄 브레이트웨이트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집트항공의 증거 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추락한 러시아 항공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비판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사 당국은 현장을 통제하지 못했고, '현장의 물리적 증거를 온전히 보전해야 한다'는 경고도 없이 정부 관리를 포함해 너무 많은 개인에게 현장 접근을 허용했습니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3년 카이로에서 폭발 사건이 산발적으로 발생했을 때도 당국은 곧바로 현장을 통제하지 않아 구경꾼과 보행자들이 폭발 현장을 무시로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짐 홀 전 위원장은 1999년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이집트 항공기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경험을 토대로 "이집트의 기술적 능력이란 주도면밀하지 않은 채 '되는대로'인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로 기대되는 비행기록장치인 '블랙박스'가 해저 2천500∼3천m에 가라앉았을 것으로 추정돼 원격조종 잠수함이 투입됐으나 블랙박스 회수에 최소 열흘이 걸릴 것으로 이집트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 조사 논란이 이는 가운데 초기에 사실로 여겨진 조사결과는 손바닥 뒤집듯 번복됐습니다.

에합 아즈미 이집트 항공운항정보청장은 항공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3만7천 피트(1만1천280m) 고도를 유지하며 정상 운항했다면서 그리스 국방부가 밝힌 항공기의 진로 급변경 및 급강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사고 직후 그리스 국방부는 항공기가 좌측으로 90도 급회전 후 다시 오른쪽으로 360도 회전해 2만5천 피트로 급강하한 다음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발표를 토대로 일부에서는 조종사가 긴급상황에 대비하면서 조종간을 급격히 꺾었다는 등의 엉뚱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즈미 청장은 항공기가 이집트 영공에 들어왔을 때까지 문제가 없었다며 영공에 진입한 지 1∼2분 지나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발생 후 일부 전문가가 테러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기내 폭탄 설치, 기술적 결함, 담뱃불로 인한 화재, 조종사의 고의적 조작 등 추락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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