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노무현의 가치와 노무현의 계승자
입력 2016-05-24 06:11  | 수정 2016-05-24 10:24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정치인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고, 그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치적 수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통합정신을 강조했습니다.

탈권위, 반특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셨다는 논평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의 의미로 제안한 '대연정'을 '꼼수'라고 강하게 거부한 것이 지금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었습니다.

탈권위라 했지만, 당시에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품격과 국 격으로 연결지어 비판했습니다.

더민주도 사실은 그렇게 노 전 대통령 앞에 떳떳하기는 어려운 과거사가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통합과 지역주의 극복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끝내 흔들고 해체시킨 주역이 바로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이기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분당을 비판하면서 사실은 호남이라는 지역 기득권에 안주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국민의당 역시 노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한다고 순수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이익지향적인 권력의 자리를 찾아가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얘기했습니다.

너나 없이 정치공학을 말할 때 바보의 정치를 시작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는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요?

안철수 대표는 봉하마을 찾았다가 일부 시민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격한 저지를 받았습니다.

(현장음)
안철수 물러가라!!
배신자!! 배신자!!

(현장음)
여기가 어디라고 와. XX 진짜.

▶ 인터뷰 : 안철수 /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 "노 대통령을 새 시대의 선구자로 역사에서 자리매김시켜야 합니다."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는 종이 피켓도 등장했습니다.

추도객들과 경호원간 몸싸움이 벌어지자 안 대표 일행은 노 대통령 사저 철문 안으로 급히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추도식장에 입장할 때도 일부 추도객들은 안 대표를 뒤따르면 계속 고함을 질렀습니다.

일부 추도객의 행동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 대표로서는 어쩌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분명 안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그 추모객 눈에는 안 대표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자신의 대권 욕심 때문에 야당을 분열시켰고, 그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안철수라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안철수 대표 주변에 있던 많은 의원들이야말로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타파하고자 했던 지역주의를 부활시켜 달콤한 과실을 따먹었던 이들이라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일부 추모객들은 적극적인 문재인 지지층으로서 참된 노무현의 정신을 위해 이같은 행동을 했다기보다는 문재인의 경쟁자인 안철수를 견제하는 심리에서 이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친노 친문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적대적 시선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들 역시 노무현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재인! 문재인! 문재인!)

(안희정! 안희정! 안희정!)

▶ 인터뷰 : 문재인 /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가치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의 진정한 계승자는 누구일까요?

적어도 어제 그 자리에 그런 계승자가 있기는 있었던 걸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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