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 견학만 사흘째 다닌 외신기자들…노동당대회 입장도 못해
입력 2016-05-08 14:45 
평양 지하철을 촬영 중인 외신 기자/ AP=연합뉴스

북한이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하면서 100여 명의 세계 각국 기자들을 초청했으나 정작 기자들을 대회장 안에도 들여보내지 않은 채 며칠째 평양 곳곳의 '명소'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출발 직전까지 일정도 알지 못한 채 당국이 '엄선한' 현장으로 끌려다닌 기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수용소의 재소자'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8일 외신들에 따르면 북한은 당 대회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당 대회 전후로 평양 시내 전선공장과 협동농장, 백화점, 산부인과, 김일성 생가 등으로 안내했습니다.

당 대회 개막일인 6일 북한이 외신기자들을 대회장 바깥만 찍게 하고 '평양 326 전선공장'으로 데리고 간 데 이어 대회 사흘째인 8일까지도 대회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지 취재 중인 줄리 매키넌 미국 LA타임스 베이징 주재 기자는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이 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현실판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매키넌 기자는 "엄격히 통제된 11일간의 취재 일정이 5일째에 접어들면서 부조리함과 정신이상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우리 수용자들은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1일의 취재 비자를 받고 입국한 기자들에게는 저마다 당국의 수행자와 통역자가 할당됐다. 당국이 취재 일정을 조율하는데 출발 1시간 전에야 목적지를 통보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매키넌 기자는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 더 가겠다고 버티거나 영변 핵시설로 데려가 주지 않으면 호텔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며 "그러나 아무도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또 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따라갔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평양 취재라는 매키넌 기자는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서 노점상에서 간식을 사고 택시 기사와의 인터뷰도 허락되는 등 지난번 취재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자유'가 허락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 다른 곳에서는 택시 기사를 인터뷰하는 것은 게으른 취재의 증거지만, 평양에서는 언론 자유를 보여주는 작은 충격"이라고 말했습니다.

AFP통신은 전날 평양 시내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 견학기를 전하면서 "북한이 인민에 대한 지도자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번쩍번쩍한 현대 병원으로의 이례적인 견학 기회를 마련했다"고 전했습니다.

1980년에 문을 연 1천900병상의 이 병원에서 외신들은 이틀 전 출산한 산모 동연미 씨와 인터뷰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감염 우려 때문에 전화와 화상 연결로 인터뷰에 응한 동씨는 "아들이 군인이 되길 바란다"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랑으로 지급된 의약품 덕분에 괜한 걱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AFP는 "이 병원이 북한의 전형적인 의료 시설의 모습은 아니다"라며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서 드러난 북한의 열악한 의료 상황 등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당 대회 직접 취재 기회가 막힌 외신기자들은 조선중앙TV에서 녹화 중계한 개회식 모습 등을 대신 전하면서 평양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제임스 피어슨 기자는 2년 전과 달리 평양 거리에 중국산 전동 자전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가장 인기 있는 교통수단으로 새롭게 떠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미국 PBS방송의 프로듀서인 한나 이는 당 대회를 앞둔 지난달 초 여행사를 통해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평양을 방문한 후 7일 평양 방문기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 만난 북한 주민들은 한국말을 하는 그를 매우 반가워했으며, 관광이 끝날 때마다 여행객들은 소파가 있는 게스트룸으로 안내돼 수행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쓰도록 안내받았다고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