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은행이 검토한다는 TARP는 무엇?
입력 2016-05-02 17:27 

한국은행이 내부적으로 검토에 나선 미국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전격도입한 총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종합대책이다. 은행자본 확충과 자동차산업 및 주택시장 지원, 부실자산 매입 등 각종 구조조정 대책이 망라됐다.
한은이 TARP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은 그만큼 상황을 위중히 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은이 구조조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TARP이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급한 불을 잠재웠다는 신속 대응의 측면 때문이다.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구체화되자 미국 정부는 5일 후 TARP 초안을 공개했으며 미 의회는 초안 공개 후 2주도 되지 않아 이를 통과시켰다. 이후 유로지역의 지지부진한 위기대응 대책 등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 정부는 은행 우선주 매입 등을 골자로 한 세부실행계획을 열흘 뒤 공개했으며, 이 중 3500억달러는 대통령 권한으로 즉시 투입됐다. 계획발표에서 실제 집행시작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총 승인액 중 68%인 4748억달러가 지출됐는데 이중 67.4%가 은행자본 확충 및 금융시장 안정에 투입됐다. 또 자동차산업 및 주택시장 지원 등에도 1282억달러가 들어갔다. 미 재무부가 앞장을 섰다.
한은이 주목하는 것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이다.
미 연준은 그 해 12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2조 3500억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하며 미 재무부와 발을 맞췄다. 단기 자산유동화증권 프로그램(TALF)등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장단기금리차이 스프레드 등 금융안정성 지표가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TALF는 학자금대출과 자동차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 등 당시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연준이 담보로 인정해주고 대출을 해준 프로그램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민간부채의 질(質)을 끌어 올려준 것이다.
한은은 2011년 TARP에 대해 재정당국과 연준이 긴밀히 협력하는 등 정책공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은 당시에도 제기됐다. AIG(1800억달러)와 씨티그룹(450억달러) 등 대형 은행 살리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미국판 ‘대마불사(Too big to fail out) 비판이 들끓었다. 재정을 통한 사기업 지원이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TARP에 대해 정부의 구제금융은 좀비 은행만 양산해 낼 것”이라는 유명한 독설을 쏟아냈다. 2013년에는 미국 정부가 GM 구제금융지원으로 495억달러를 투입하면서 1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GM 파산을 막아 지켜낸 사회적 이익은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다는 평가가 많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유로존이 TARP에서 배워야 할 6가지 교훈을 제기했다. FT는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로 규모가 클 것 ▲조정(co-ordination)의 중요성 ▲과잉 민주주의 경계 ▲유연한 계획 ▲부실자산 처리는 가장 주목받는 것부터 ▲지원금은 대부분 돌려받게된다는 것 등이다. 실제로 TARP 도입당시 미 당국에서는 최소 1000억달러 이상의 재정부담을 예상했으나 은행권 수익성이 나아지면서 실제 손실은 500억달러 미만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한국이 TARP와 같은 모델을 채택할 경우 결국 기획재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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