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해운발 위기 앞에 정부-한은 `양적완화 공조`
입력 2016-05-02 16:47 

정부와 한국은행이 2일 ‘한국판 양적완화에 공조에 나선 것은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질 경우 개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물론 금융권 부실 전염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선제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재원 마련에 최소 5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한은은 4일부터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일 집행간부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위축, 기업 자금 사정 악화 가능성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미 사전 협의를 통해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에 대비하는 데 필요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정부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한다 원칙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예기치 못하고 전례가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정책 수단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당장 수출입은행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에 지원해 준 대출 등급이 ‘고정 또는 ‘회수의문으로 재분류될 경우 BIS가 요구한 최소준수기준에 맞추기위해 필요한 자본이 수조원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말 10.0%인 수은 BIS비율이 더욱 악화돼 이를 2019년 1월 1일 이후 적용되는 BIS총자본비율 최소준수기준(10.5%)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고정 재분류시 1조 7000억원, 회수의문 재분류시 3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금 기준으로 최소한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수은을 어느 정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수출이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민감업종인 조선·해운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에서는 4월 수주가 제로(0)를 기록하는 등 예상과 달리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해운업도 용선료 협상이 다소 늦어지면서 해운 연합체(얼라이언스) 합류에 지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조선·해운업 전체 부실의 60%를 떠안고 있는 국책은행들이 앞으로 돌발 변수에 따라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을 지 모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 규모가 20조 2018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최악의 경우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가 수십조원 대로 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작년말 BIS비율이 14.2%로 ‘안정권인 산업은행도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한은 모두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에, 얼마만큼, 또 언제 지원할 지는 향후 추가적으로 논의해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차관은 당사자(기업)의 엄중한 고통 부담, 자구 노력이 있고 나서 자본확충 규모나 방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자본확충을 어떤 식으로 한다고 밝히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고, 구조조정 행태나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한은에서 생각하는 다양한 자본확충 방식의 윤곽은 어느정도 드러나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는 당장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수출입은행 증자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인수와 함께 법 개정 사항인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출자(산은법 개정) ▲한국은행의 산업은행채권 발행시장 인수(한은법 개정) 등을 공식적으로 거론해왔다. 기업 구조조정이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경우 과거 IMF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때 이용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 공적자금관리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가동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 핵심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시행했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등 각국의 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며 이에 맞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에선 향후 TF에서 산은과 수은에 대한 공동조사권을 발동해 먼저 부실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해야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 현행법상 한은은 산업은행에 대한 공동조사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 수은에 대한 공동조사권을 법에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해야한다는 한은 안팎의 주장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TF에 참여해 먼저 들어봐야한다”면서도 다만 민간에서 M&A 할때도 실사가 우선 아니겠냐”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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