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칸 영화제 박찬욱의 귀환 “수다스럽고 재밌는 영화들고 왔다”
입력 2016-05-02 16:05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아가씨(6월 개봉)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 이래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국내 영화로는 ‘박쥐 이후 7년 만으로,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이미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그의 세 번째 경쟁부문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이날 제작보고회는 어느 때보다 연출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다음은 박 감독과 취재진 간 일문일답.
-‘아가씨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
=원작 소설(사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 캐릭터들이 굉장히 생생한 데다 충격적인 반전까지 있었다.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를 번갈아 가면서 하면 좋겠다 싶었고, ‘스토커(2013) 다음 작품으로 낙점했다.
-어떤 영화인가
=내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고 이채롭다.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깨알같은 재미가 가득하다. 주인공이 네 명이나 되는 만큼 러닝타임또한 꽤 긴 편이다.
-세 번째 칸 경쟁부문 진출했다.

=솔직히 경쟁부문 진출은 기대 안 했다. 예술 영화 위주로 모이는 칸에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명쾌한 느낌의 영화다. 모호한 구석이 없는 아주 해피앤딩의 영화랄까. 칸은 으레 찝찝하고 모호한 구석이 좀 남아 있는 걸 선호하지 않나. 초청 받아도 미드나잇 스크리닝 정도가 적합하지 않나 싶었다. 그 사람들(칸 심사위원)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올드보이 제작진과 13년 만에 다시 뭉친 건가.
=올드보이(2003) 이후 계속 작품을 같이 했다. 다만 임승룡 공동제작자의 경우 올드보이 촬영 당시 현장 일을 하던 프로듀서였고, 그때 이후 처음 만난 거다. 어쨌든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나태함의 문제 같은, 서로 뭘 좋아하는 지 아니까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좀 있다. 하지만 예술 세계에서는 안주하는 것만큼 나쁜 건 없다. 상대를 긴장시키고 자극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아가씨와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올드보이의 데자뷔 같았다. 당시 임승룡 프로듀서가 올드보이 원작을 들고와서 다짜고짜 내게 안겨줬고, 그렇게 시작된 영화였다. 이번에는 와이프들의 역할이 컸다. 임승룡 대표의 와이프가 추천을 해줬고, 우리 부부가 원작을 같이 읽었다. 그러다 다음 작품을 고민할 때 내 와이프가 핑거스미스를 권해준 거다. 사라 워터스는 아직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런던에서 ‘스토커 개봉 당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각색한 각본을 보내줬더니 굉장히 잘 썼다고 칭찬 해줬다. 그러나 자기 작품과 상당 부분 달라 ‘inspired by라고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조언을 줬다. 각색을 잘 했는데 자기 작품과 차별이 된다는 뜻이었다. 칭찬으로 다가왔다.
-그간 필모그래피와 비교할 때 ‘아가씨만의 독자성은 뭔가.
=대사가 가장 많은 영화라는 거다. 연출가 입장에선 큰 차이다. 그간 내 작품은 좀 과묵했다. 말 보다는 행동이나 미장센 등으로 표현했다. 이번에는 굉장히 의미있고 재치있는 대사들을 넣고 싶었다. 1930년대가 배경이니까 일상의 말투에서 벗어날 필요를 느꼈다. 약간의 수사도 동원하면서 꽤나 멋들어진, 그러나 이중의 의미까지 지닌 그런 묘미를 갖춘 대사를 선보일 기회라고 봤다. 또한 해피앤딩이라는 누구나 공감 가능한 결말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