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대 가해자 옥시, 뒤늦게 ‘공식사과’
입력 2016-05-02 14:27  | 수정 2016-05-03 15:08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문과 앞으로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옥시가 공식 석상에서 입을 여는 것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한국법인 대표는 사건 발생 이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피해를 보상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옥시가 제시한 포괄적인 보상안은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에게 보상금 지급 ▲ 추가 피해자들에게는 인도적 기금 100억원을 보상 금액 마련 등 2가지 방안을 내놨다. 1·2등급 판정 기준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 지침에 근거해 분류했다는 것이 옥시 측의 설명이다.

피해자 보상과 앞으로 진행 절차에 대해서는 오는 7월 중으로 ‘보상 전담 패널을 구성해 보상 절차,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을 피해자 유가족 측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조사발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피해자는 221명이다. 이 가운데 178명이 옥시 제품 사용자로 추산되고 있다.
사프달 대표는 구체적인 최종안은 피해자와 협의해 마련할 것”이라며 회사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모든 분들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이 검찰 수사를 의식한 ‘면피용 자리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와 언론 등의 의문 제기에도 영국 본사와 확인해보겠다”는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물렀던 옥시가 소비자 불매 운동과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급히 기자회견을 소집한 듯 보인다.
실제 사프달 대표가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옥시의 무한 책임을 느낀다는 사과와 달리 보상대책안과 피해자 만남,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확실한 대답을 피했다. 5년만에 사과에 나선 것에 대해 완전한 보상을 위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 것”이라는 해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옥시의 피해 자구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대 피해자를 낳은 곳이지만 옥시 측에서는 내부 조사를 비롯한 피해 규모 파악이 전무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프달 대표는 현재 회사 자체적으로 피해자 추산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한국 정부(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의 피해자 조사·등급 분류에 근거해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상금액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14년 50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추가로 50억원을 출연해 1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2등급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78명으로 제조업체 중 가장 많다. 롯데마트는 100억원 기금으로 피해자 보상을 약속했다. 최대 피해자를 발생한 옥시의 보상 금액이 다소 낮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옥시는 오히려 동종 업계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해결하자고 요청해 빈축을 샀다.
기자 회견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이 참석해 사프달 대표에게 이번 사태와 옥시의 대응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장내는 20여분 간 중단되기도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왜 이제야 기자들 앞에서만 사과를 하는 것이냐”면서 죽은 아이에 대해 어떤 보상과 사과로 답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피해자 가족은 사프달 대표에게 옥시 한국법인에 100번도 넘게 전화했지만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면서 2∼3년 있다 가는 한국 사장이 아니라 영국 본사에서 나온 사람과 이야기하겠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사프달 대표는 모든 사태가 일단락 될때까지 한국 법인에 남아 일을 마무리 할 것”이라며 피해자 분들의 연락처를 받아 개인적으로도 사과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이날 대부분 언론들이 독성 물질을 사용한 것을 두고 본사 은폐 조작이 있었는 지 질문을 쏟아냈지만 사프달 대표는 문제가 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은 15년간 판매된 제품이었지만 실제 독성 물질이 있는지 우리 또한 궁금한 상황”이라며 검찰의 조사에 따라 문제가 있다면 회사 강령에 따라 즉각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옥시는 1996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를 리뉴얼해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판매했다. 옥시는 올해 들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달 21일 입장자료를 내고 영국 옥시 본사와 협의 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원기금 추가 조성안을 논의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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