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세계 큰손,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고액연봉 CEO 정조준
입력 2016-05-02 11:33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CEO)의 고액연봉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최근 영국 최대 석유회사중 하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의 주요 주주들이 CEO의 20% 연봉인상안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전 세계 적으로 주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전 세계 기업 CEO들의 고액연봉 단속에 착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그간 CEO 연봉에 관련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BP CEO 밥 더들리의 연봉 20% 인상안의 경우 BP 주주가 최악의 실적을 근거로 반대했지만,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찬성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고액연봉 관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원유관련 투자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적지않은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되는 속에서 투자자들의 고액연봉 견제 목소리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FT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단순한 재정적 투자자라고 주장하며 기업 운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매우 신중했지만, 지난 11년간 자체 자산이 7배나 불어나 대주주의 책임을 벗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몇 달 안에 첫 번째 타깃을 골라 공개적으로 CEO 연봉을 문제 삼을 계획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CEO 고액연봉 단속은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막대한 석유 수입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8700억달러(약 992조2350억원)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 세계 상장기업 9000 여 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각 기업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1.3% 수준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최근 한국 주식과 국채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한국내 투자규모가 작년말 기준 150억 달러(약 17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내 투자기업들 역시 실적에 대비한 CEO들의 연봉이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이번 결정은 최근 CEO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BP에이어 지난 주에도 영국 엔지니어링 회사인 위어그룹의 주주들이 주주 72%의 반대로 경영진의 급여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올해 실적목표치가 투자자들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도 무리한 보수인상안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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