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분기 깜짝실적’ 은행들의 역습
입력 2016-04-21 17:08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이 당초 시장 전망을 훌쩍 웃도는 1분기(1~3월) 실적을 냈다. 기업여신 손실에 따른 충당금을 지난해 하반기 미리 쌓아놓은데다 저금리 기조속에 대출금리를 인상해 예대마진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도 주효했다.
다만 은행들의 수익성이 향후 기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보험과 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1분기 좋은 실적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업체별로는 우리은행이 지난 1분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과 카드, 보험 등 수익구조가 비교적 골고루 분산돼 있는 신한금융도 전년 같은기간 보다 30% 이상 늘어난 순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현대증권 인수에 따라 비은행 부문 수익성 확대를 노리는 KB금융그룹의 경우 은행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보다 순이익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4433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4%,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무려 102.4%나 증가한 수치다. 우리은행은 당초 증권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가 3092억원 이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개별 기준으로도 당기순이익이 4117억원을 기록하며 4000억원대를 넘었다. 계열사별로는 우리카드 285억원, 우리종합금융 64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속에서도 대출이 증가하며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69억원(9.4%) 증가했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부실 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줄어들면서 충당금도 감소해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2993억원이던 우리은행의 충당금은 올해 1분기에 1802억원으로 1000억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민영화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나선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실적 우선 경영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딩뱅크인 신한금융그룹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한 7714억원의 순이익을 1분기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신한은행만 놓고 보면 574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7.4% 늘어났다. 대출 자산이 성장하면서 핵심 이익인 이자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금융그룹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신한금융그룹은 1.97%로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 늘었다. 저금리 속에서 2013년4분기 이후 2년여만에 처음으로 NIM이 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의 NIM은 전년 동기와 같은 1.87%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하에 비은행 부문 이익기여도가 컸다면 올해는 시장금리 안정화와 순이자마진이 회복되면서 은행 부문 이익 기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별로 보면 신한카드는 1488억원(전년 동기 대비 -3.7%), 신한생명은 587억원(81.9%)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하나금융도 시장 컨센서스(3362억원)를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KB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54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분기에 일회성 이익인 법인세 환급액 1803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법인세 환급액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28.3% 순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충당금 적립은 1190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충당금을 미리 적립했던 직전분기(4128억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KB국민은행만 놓고 보면 당기순익이 3872억원에 그치며 1위인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우리은행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다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영업의 근간을 이루는 은행 원화대출금이 가계 및 기업부문 모두 고르게 증가하며 전년말 대비 1.7% 성장한 것이 위안거리다.
2분기 이후 전망은 경기침체, 저금리기조,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확대 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은행들의 비용 절감 자구 노력과 수익성 안정 여부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기준금리 동결로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부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점차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수환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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