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 냉대한 사우디…미-사우디 '불신의 시대' 노출
입력 2016-04-21 10:42 
오바마 사우디/사진=연합뉴스
오바마 냉대한 사우디…미-사우디 '불신의 시대' 노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란 등 중동 지역 현안을 논의하며 최근 냉각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공항 영접을 받지 못하는 등 푸대접을 받아 오히려 악화한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한 뒤 리야드 외곽의 에르가궁(宮)으로 이동,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약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임기 중 4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중동 지역의 전통적 맹방이었지만 최근 이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소원해진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양국 사이의 껄끄러운 분위기가 드러났습니다.

살만 국왕이 아닌 리야드 주지사 파이잘 왕자가 대신 공항에 영접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에 주요국 정상이 방문할 때 대부분 살만 국왕이나 모하마드 빈나예프 제1왕위 계승자가 공항에 직접 나가서 맞이해온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런 상황은 살만 국왕이 이날 앞서 자국에 도착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을 공항에서 맞이한 것과 비교되면서 '푸대접'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우디 국영방송도 이날 GCC 정상들의 도착 장면은 관례에 따라 생중계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 장면은 중계하지 않아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이에 대해 걸프지역 안보 전문가 무스타파 알아니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 왕가가 그를 신뢰할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사우디 왕가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과도 이견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불신이 깊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 정상의 미국 방문 시 오바마 대통령이 공항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푸대접 논란을 일축했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CNN은 또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진전을 이뤘으며 "오해를 풀었다"고 한 정부 관계자 발언도 함께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뒤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이 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역사적인 우정과 뿌리 깊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그러나 양국이 합의한 내용보다는 이란과 예멘, 시리아 문제 등 그간 이견을 보여온 중동 지역의 주요 의제를 논의했다는 데에 방점을 찍어 여전한 '균열'을 시사했습니다.

백악관은 "보다 광범위한 측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은 이란의 도발적 행위에 따른 지역 내 문제를 논의했으며 역내 분쟁을 감소시키는 데에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살만 국왕에게 인권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CNN은 이번 회담의 성격이 해결책에 대한 합의보다는 논의의 시작에 가깝다는 미국 정부 당국자의 언급을 전하면서 "양국은 이견이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CNN은 또한 사우디 정보당국 수장 출신인 투르키 알파이잘 사우디 왕자의 발언을 인용해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를 '재측정'(recalibrate)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알파이잘 사우디 왕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재측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미국의 리더십에 얼마나 기댈 수 있는지, 양국 공동의 이익을 끌어내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다시 가늠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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