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출시 1주 앞두고…P2P대출업체의 눈물
입력 2016-04-19 17:32  | 수정 2016-04-19 20:07
핀테크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이 금융당국이 지정한 '대부업' 굴레에 갇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핀테크 산업을 금융산업의 해외 진출 '첨병'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의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은행 연계 P2P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P2P대출업체 피플펀드는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야 영업을 허가할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 규제에 따라 상품 출시가 무기한 연기됐다.
피플펀드는 전북은행과 손잡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은행과 P2P대출업체가 협업하는 형태의 대출상품 출시를 추진해왔다. 피플펀드는 투자자 모집과 대출 중개 플랫폼 운영을 맡고, 전북은행은 실질적인 입금과 대출 계좌 관리를 맡는 형태다.
당초 올해 초 출시를 목표로 했던 피플펀드는 약 3개월간 금융당국 산하 6개 부서를 오가며 마침내 '은행이 부수업무로 P2P대출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종 절차로 약관 신고를 사전 검토받는 과정에서 대부중개업 지위가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P2P업체들이 직접 대부업체로 등록하거나 별도로 대부업체를 설립해 돈 관리를 맡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피플펀드를 포함한 대다수 P2P대출업체들은 투자자 보호와 P2P대출의 빠른 성장을 위해 대출 중개 플랫폼만 운용하고 돈 관리는 은행에 맡기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들은 P2P대출을 대부업 서비스로 지정한 것이 P2P대출의 빠른 성장을 막는 금융당국의 실책이라고 보고 있다. 대출자들은 P2P대출로 돈을 빌리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셈이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미칠 악영향이 두려워 대출을 꺼린다. 또 P2P대출 투자로 얻은 수익에는 이자소득세율(15.4%)보다 훨씬 높은 대부업법상 소득세율(27.5%)이 적용된다. 그만큼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현재 P2P대출이 대부업으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별도의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중개수수료와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엄격한 대출심사와 분산투자 권고 외에는 별다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이 돈 관리를 맡게 되면 불완전판매나 투자자 보호, 부실률 관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미국은 해선 안 되는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신생 핀테크 업체가 새로운 사업을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다"며 "한국은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 당국은 사고가 터질 것부터 우려해 부서마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 때문에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구두로 유권해석을 해줬다곤 하지만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면 형태로 명확히 유권해석을 보내줘야 허가가 가능하다"며 "금융위, 피플펀드 측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가급적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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