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설가와 시인의 땅’ 서울 은평구를 아시나요
입력 2016-04-19 16:01 

정지용 시인은 은평구 녹번리의 한 초당(草堂)에 은거하던 1948년 ‘지용 문학독본을 썼다. 문자와 언어에 혈육적 애(愛)를 느끼지 않고서 시를 사랑할 수 없다”고 쓴 시인은, 시와 문학에 바친 한평생을 은평에서 정리하며 납북 전까지 찰나같던 인생의 말년을 보냈다.
정지용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은평은 ‘소설가의 땅이자 ‘시인의 땅이었다. 최인훈 작가는 불광1동 221번지, 이호철 작가는 불광동 13번지, 신달자 시인은 신사동 200번지에 살았고, 숭실학교를 나온 문인으로는 윤동주 시인, 김동인 소설가가 대표적이다. 1987년 ‘문학수첩에 실린 문인주소록엔 1428명 문인 중 97명이 은평에 살아 한때 ‘문인촌(文人村)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근·현대 한국문학의 초간본 700여권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 문학사상 이처럼 다양한 초간본이 한 장소에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한국문학 속의 은평전(展)을 19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이날 은평에 거주하던 문인들의 작품 초간본을 공개하며 전시 시작을 알렸다.
이날 시선을 사로잡은 초간본은, 최근 복간본 열풍으로 초미 관심 저서인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하바별시)였다. 이날 박물관 측은 1948년 초간본 원본을 처음 공개됐다. 시중의 서점에서 파는 복간본이 원본의 복사본이라면 이번에 공개된 초간본은 1948년 ‘하바별시가 출간됐을 당시 원형 그대로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과장은 현재 두 권 남은 ‘하바별시 1948년 판본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라며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서시(序詩)를 펼쳐보였다. 시집 ‘하바별시는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인 이근배 시인의 소유다. 또 문인들의 시·소설 초간본 30만권을 평생 수집한, 옛 은평우체국 집배원 김병호 씨가 이번 전시회에 뜻을 함께해 초간본 공개가 이뤄졌다.

정지용의 ‘정지용시집(1935) ‘지용시선(1946) ‘백록담(1946)과 김동인의 ‘감자(1935) ‘발가락이 닮았다(1948), 황순원의 ‘곡예사(1952) ‘기러기(1951) 등도 공개됐다. 전후 분단문학의 거목인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 초간본과 작가 이호철의 ‘남과 북도 함께 전시됐다. ‘은평구 진관외동 175번지 일대 마을을 뜻하는 기자촌에 살던 문인들 작품도 소개됐다. 특히 한국최초 무협소설 ‘정협지의 작가 김광주, 그의 아들이자 언론인·소설가인 김훈의 ‘칼의 노래 육필원고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김훈 소설가는 전시의 부대행사로 다음달 7일 강연한다.
은평구는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고자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황평우 관장은 해방과 전쟁 후 우리 모두의 삶이 팍팍할 때 많은 문인과 언론인들이 은평에 있었던 건 그들이 가난했기 때문”이라며 문인들은 폐허 속에서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1980·90년대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 (02) 351-8524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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