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총선 다가올수록…정치인은 道넘고 유권자는 환멸
입력 2016-04-04 15:30 
훼손된 선거 현수막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이 정점을 향해가며 여야간 막말과 비방 등 국내 정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에 의혹, 고발은 물론 ‘대통령 저격 포스터 등 정치 금도를 넘은 퇴행적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
공정선거 품격을 지켜야 할 당 지도부는 상대 진영을 향해 독설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환멸에 피로감이 누적되자 국민들은 아예 선거 이슈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외면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4일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까지 적발된 총선 선거 부정사범은 총 776건으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는 선거법령 강화로 기부행위 관련 분쟁이지난 총선(1097건)에 비해 29%가 줄었다.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사범(139건)은 오히려 2배 이상 급증했다. 질적인 면에서 혼탁 선거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후보자간 정책으로 승부하는 풍토는 아직 미미하고 상대방을 헐뜯는 구태 정치가 아직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 정치 금도 넘은 저질 난타전
무조건적인 편가르기로 당장 눈앞의 표만 구하는 막장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광주 광산을)가 박근혜 대통령을 저격하겠다는 선거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려 비난이 쏟아지면서 4일 안철수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권 후보 포스터는 정치권 내부에서도 아무리 선거라지만 예의와 금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거셌다.
안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 지도부도 예외는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경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실체도 없는 경제민주화만 외치면서 실제로는 세금폭탄 전도사이자 국민연금 파괴자”라고 맹비난했다. 주진형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최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가르켜 ‘집에 앉은 노인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선 후보간 이전투구는 더 심하다. 선거판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산에서는 선관위가 후보자를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3일 장제원 무소속 후보(부산 사상구)는 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달 27일 평소 다니지 않던 교회에 들러 신도에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부산 선관위부터 검찰에 고발 당했다.
부산 선관위는 사상구를 비롯해 부산진갑, 북·강서갑, 사하갑 등 4곳을 과열·혼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포항남구 선관위는 선거 공보물을 이용해 박명재 새누리당 후보(경북 포항남·울릉)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임영숙 무소속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인 사안도 많아 고발되는 후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커지는 정치 환멸
커지는 정치 환멸에 ‘선거판 얼굴인 선거벽보와 공보물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2일 부산 해운대구에선 한 아파트에 부착된 선거벽보가 한꺼번에 뜯어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부산 중구에서는 홧김에 특정 후보 현수막을 찢은 대학생이 입건됐다.
경기 일산에서는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대자보를 불법으로 게재하고 선거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60대 일반인이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 문구가 적힌 무소속 후보 현수막 곳곳이 칼로 찢기는 일도 생겼다.
선거 공보물도 몸살을 앓긴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에서는 우편함에 꽂힌 공보물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공보물을 아예 이메일을 통해 발송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 후보 정보가 담긴 공보물을 가정까지 보내는데는 봉투당 1000원선의 비용이 들어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다변화 된만큼 공보물 발송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혼탁 선거에 따른 불신 때문에 선거 때마다 쏟아졌던 정치인 펀드도 자취를 감췄다. 불과 4년전 총선 때 강달프, 강용석 펀드 등 유명 정치인이 내건 펀드에 억대 자금이 몰렸던 데 비하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정치인 펀드가 새 후원 문화로 정착되는가 싶었지만 정치 기피 현상 등이 심해지며 아예 설정이 안된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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