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김형호의 영화시장] 한국영화 과반 점유율, 관객에게 어떤 의미인가?
입력 2016-04-04 14:58  | 수정 2016-04-04 15:3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 연재 기고 =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7)]
1분기 영화 관객수가 3년 연속 감소했다. 1분기 관객이 연간 2억명 시대 이후 처음으로 5천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1분기 평균 관람료는 3년 연속 증가했으며,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크리스마스부터 이어져온 침체분위기에서 시장을 지탱한 것은 외국영화 관객이었다.
1분기 감소에도 불구하고 2분기는 역대 최대, 연간 2억명 시대는 이어갈 듯 하다. 다만 2월처럼 몰림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1분기 영화관객수 3년 연속 감소
1분기 관객 수는 3년 연속, 매출액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누적 관객 수는 4923만 명으로 전년 동기 5047만 명보다 124만 명(-2.5%) 감소했다. 1분기 총 영화관 매출액은 3880억 원으로 전년도 동기 3975억 원보다 95억 원(-2.4%)이 감소했다. 1분기 관객 수가 연간 누적 2억 명 시장을 열었던 2013년 이후 50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다양성 영화 실적을 분리하면, 1분기 다양성 영화의 상영편수는 총 292편으로 누적관객 수는 115만 명, 총매출액은 87억 원이다. 상영작 28%를 전체 관객의 2%가 관람한 것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관객 수가 60% 감소했다.

■ 침체 시장, 외국영화 관객이 지탱
월별로 살펴보면, 1월 관객수 감소가 컸다. 전년보다 1월은 2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2월은 역대 두 번째 높은 증가세로 반등했지만, 3월이 3년 연속 감소했다.
1월은 1분기 비중이 가장 높은데 1월 감소폭이 24.8%로 2011년 2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2월은 설 연휴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전년 1~2월 누적 관객 수의 97%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3월이 2억 명 시장 이전인 2012년 1139만 명보다 줄면서 1분기 관객 수는 전년의 97.5%에서 멈췄다. 겨울 시장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 같은 하락세는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시작됐다.
하락세 시장을 지탱한 것은 점유율 과반이 되지 않는 외국영화 관객이었다. 제작 국적별 점유율은 한국영화 50.4%, 외국영화 49.6%였다. 1분기 1위 <검사외전>(2016), 3위 <귀향>(2016), 6위 <히말라야>(2015) 등 표면적으로는 한국영화가 시장을 이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년 동기보다 점유율 1.1%p가 한국영화는 감소했고, 외국영화는 증가했다.
또한 관객 수와 매출액에서 한국영화는 전년보다 감소했고, 외국영화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영화 관객 수는 248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16만 명(-4.5%) 감소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2443만 명으로 전년도 동기보다 8만 명(-0.3%) 감소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19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2040억 원보다 96.4억 원(-4.7%) 감소했다. 외국영화 매출액은 19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1935억 원보다 1.5억 원(+0.1%) 증가했다.
1분기에 한국영화는 점유율 과반을 2년 연속 지켰지만 실상은 관객 수 감소의 주원인이었던 셈이다. 1분기 역대 최대 시장이자 2억 명 시장의 첫 해인 2013년과 비교하면, 한국영화는 1367만 명(-36%)이 줄었고, 외국영화는 742만 명(+44%)이 늘었다.
한편, 올해 1분기 관객 수와 매출액 감소폭 차이는 역대 1분기 중 가장 적었다. 관객 감소만큼 매출 보전을 할 요인들의 힘이 크지 않아 전체 영화관의 1분기 실적은 관객 감소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비교하자면, 2008년과 2014년의 1분기는 전년보다 관객 수가 감소했지만 관람요금이 높은 주말 관객 증가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증가한 바 있다.
■ 평균 관람료 3년 연속 상승 - IMAX와 4D 실적 증가
한편, 1인당 평균관람료(=매출액/관객 수)는 3년 연속 증가했다. 1분기의 1인당 평균관람료는 전년보다 6원 오른 7881원이었다. 2013년 7329원, 2014년 7487원, 2015년 7875원이었다. 1분기 평균 관람료가 가장 높았던 해는 3D 영화 <아바타>(2009)가 천만 명을 돌파했던 2010년으로 8,011원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관객이 체감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98%를 차지하는 2D(일반상영) 관객은 전년도 7824원보다 19원이 적은 7805원을 지불했다.
즉, 관객 수와 매출액의 동반 감소에도 1인당 평균관람료의 증가는 IMAX와 4D 상영관의 실적 증가 때문이다. IMAX는 평균관람료 1만 3728원으로 가장 단가가 높았고, 전년보다 관객 수는 27%, 매출액은 34% 증가했다. 4D는 평균관람료 10442원으로 두 번째로 단가가 높았으며, 전년보다 관객 수는 7%, 매출액은 15% 증가했다.
반면 1인당 평균관람료 증가의 다른 요인인 3D 영화와 주말 관객은 감소했다. 3D 상영관의 관객 수는 전년보다 24%, 매출액은 23%가 감소했다. 주말 관객은 2895만 명으로 전년도 1분기 3100만 명보다 200만 명(-7%)이 감소했고, 주말 비중도 61%에서 59%로 하락했다.
IMAX와 4D 등 프리미엄 상영관의 실적 상승이 관객 수 감소폭만큼 매출액으로 보전하지 못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해당 상영관을 보유한 개별 영화관의 실적만을 방어할 뿐이다. 오히려 2% 관객보다 98% 관객이 주로 이용하는 주말을 확보해야 전체 실적이 개선되는 것이다.
■ 1분기로 본 전망 - 2분기 역대 최대, 4년 연속 2억명 시장
만약 1분기 감소세가 한 해 동안 이어진다면 연간 2억명 시장은 무너질까? 결론적으로 올해도 연간 2억 명 시장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누적 관객 수는 역대 1분기 기록으로는 네 번째로 많아 2억 명 시장 이전보다는 많았다. 1분기의 연간 평균 비중이 24%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2억 명 시장의 마지노선은 지킨 것이다. 즉 관객의 관람습관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2억 명 시장을 만들었던 관객의 관람습관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2분기는 작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다. 2분기는 1분기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분기로 평균만 놓고 보면 전년 4459만 명보다 적은 4347만 명 수준이지만, 선형 추세로 보면 4470만 안팎으로 웃돌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지난 2월 몰림 현상이 2분기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작년 <어벤져스 : 어벤져스 오브 울트론>이 개봉한 4월 23일 점유율 92.6%를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기대와 달리 선발 투수가 아니라 첫 번째 투수가 된 만큼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 한국영화 과반 점유율은 관객에게 어떤 의미인가?
1분기 실적은 영화 관객 증가 측면에서 불량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흥행을 적대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유효한가?
그런 시각의 시비와 별개로, 반외국영화 효과는 관객 증가 측면에서 2013년까지 유효했다. 2013년까지는 확실하게 한국영화가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그래서 (주어가 누구든지) 한국관객이 한국영화를 많이 보도록 유도할수록 전체 시장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이후는 외국영화도 한국영화와 함께 시장 성장과 상관관계에 있다. 그러니까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 관객이 시장을 버텨주는 현상은 비단 올해 1분기 실적뿐만이 아닌 것이다. 이는 과반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영화의 낙수 효과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다른 수치를 보자. 올해 1분기 흥행TOP10은 한국영화 3편, 외국영화 7편이었다. 전년도 5 대 5 상황이 역전됐다. 이런 사실이 주는 이미지는 일단 나쁘게 형성된다.
그런데 5 대 5였던 2015년의 전체 관객수 감소폭은 7.5%로 역대 두 번째로 컸고, 올해는 2.5%로 더 적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영화가 3편만 포함된 2014년의 감소폭은 2%로 올해와 유사했고, 5편이 포함된 2011년에도 전체 관객수 감소폭은 역대 가장 컸던 10%였다.
세상에. 지금 한국영화 점유율이 높아서 영화시장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한국영화 점유율 과반수는 2억 명 시장 이후로는 관객 증가와 더 이상 상관이 없었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적어도 한국관객은 더 이상 국적 프리미엄을 과거처럼 주고 있지 않다. 한국관객에게 외국영화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국가대표 경기의 상대방이 아니다. 외국영화는 한국관객에게 한국리그 소속의 외국인 선수에 가깝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