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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성장 중심’ 고영표 “내 체인지업, 리그 최고 등극 자신”
입력 2016-04-02 11:59 
지난 1일 문학 SK전서 9회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킨 고영표. 고영표는 올 시즌 kt 마운드 성장의 중심에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조범현 kt 위즈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만족을 표했다. 젊은 투수들이 나날이 실력을 키워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했다. 사이드암 고영표(24)는 그 주축이었다.
지난해 46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57이닝 36자책)에 그쳤던 고영표는 캠프 MVP에 선정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시범경기서 그 모습(7G, ERA3.86)을 이어가면서 ‘필승계투 합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제 지난해와는 다르게 이기는 상황,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고영표는 제구력이 가장 좋아졌다. 제구력 향상이 캠프 목표여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제구가 잡히니까 경기 운영이 편해졌다. 시범경기지만 성적도 괜찮아진 게 그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와 또 달라진 점은 ‘비우기. 항상 너무 잘하려는 생각 때문에 조급했는데, 지금은 욕심을 조금 비워냈다고. 프로에 오니까 뭔가 더 프로답게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더 잘하려다 보니 안 되더라. 지난 시즌 후반에는 그런 마음을 비우고 나니 좋아졌다. 하던 대로만 하면 성장할 수 있으니 나를 너무 가혹하게 몰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아직 성장 중이지만 그에게 걸린 기대감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고영표도 팀 사정을 매우 잘 안다. 캠프에서 투구 일정이 없는 날에도 자진해서 던질 정도로 의욕이 크다. 고영표에게는 지금 한 이닝, 한 경기가 한국시리즈다.
어리고 미숙했던 시절이다.” 고영표가 기억하는 첫 시즌은 그랬다. 많은 사사구 허용은 가장 싫은 기록이다. 57이닝 동안 몸에 맞는 볼을 16개 허용해 이 부문 4위. 절친한 동료 조무근(24)이 SNS에서 봤는데 ‘피구왕이라고 하더라”고 장난을 건다. 고영표도 나도 봤다. 다른 선수들은 선발투수, 100이닝 이상 던졌는데 나만 말도 안 되게 57이닝에 그렇게 많이 맞혔더라”고 씁쓸해 한다. 고영표는 그래서 올 시즌 목표를 사사구 줄이기로 잡았다. 롤모델도 사사구 허용이 매우 적은 우규민(LG). 정말 대단하다”며 ‘우규민 따라잡기에 도전한다.

◆고영표가 말하는 ‘우리 팀
지난해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5.56으로 최하위. 마운드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붙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고영표는 작년에는 투수가 엄청 약했다. 나도 있었지만, 투수들이 다들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투수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투수들이 작년처럼 쉽게 점수를 내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면 타자들도 더 편해지지 않을까”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고영표도 팀의 경쟁력 향상에 한 축이 되고 있다. 투수의 한 축이 되어 좋은 시즌을 치르려고 한다”는 게 그의 소망.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팀에서 나를 그렇게 봐주시니까 더 절실하게 임하고 있다. 이 기회가 아무에게나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워낙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마운드라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그만큼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덕분에 고영표도 우리 팀은 충분히 될 것 같다. 5강 안에 들 전력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긍정 모드다.
젊은 또래 선수들이 많다는 건 고영표에게도 큰 장점이다. 지금 분위기가 정말 좋다. 항상 화기애애하고 즐겁다. 선후배 관계도 선배라기보다는 형 느낌인 것 같다. (홍)성용이형, (김)재윤이형한테 형 느낌을 받고 있는데, 아마 후배들인 (엄)상백이, (정)성곤이, (주)권이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고영표는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올 시즌 kt 마운드 성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진=김재현 기자

◆리그 No.1 체인지업
영표 체인지업이 최고예요. 거의 맞질 않아요.” 인터뷰 도중 잠시 나타난 조무근의 ‘강추가 먼저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만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어... 어... 어필할 만한 게 있나?”하며 잠시 뜸을 들인 고영표가 다시 꺼낸 말도 ‘체인지업이었다. 솔직히 두 가지를 자부하고 있다. 지저분한 속구와 체인지업이다.”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지만, 변화가 심한 속구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리그에서 이재학(NC) 선수가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데, 나도 그 만큼 잘 던질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체인지업 하나는 내가 리그에서 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 시즌 전 일본 캠프를 치르면서 상백이에게도 가르쳐줬는데, 나한테 배워서 작년 선발할 때 잘 썼다. 상백이는 체인지업을 던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데, 선발로 뛰기 위해서는 슬라이도 하나만으로 안 된다고 체인지업을 던져보라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가르쳐준 이후로 상백이가 재미를 들려서 2군에서도 던지고 1군에서도 던지면서 재미를 봤다. 상백이가 나중에 형의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저는 선발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형의 체인지업 덕분에 제가 1군 선발을 할 수 있는 거예요”라는 이야기도 했다.”
고영표 체인지업의 힘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자신감이 대단하고, 주위 동료들까지 ‘인증을 마쳤다. 고영표는 중학생 때부터 계속 던지면서 떨어지는 게 재밌어서 던졌는데, 대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대학 리그서 타자들이 그 공을 치지 못하면서 스카우트들한테 인정도 받았다. 그게 없으면 나는 프로에 못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체인지업. 올 시즌 고영표가 마운드에 서 있을 때 그의 체인지업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chqkqk@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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