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마른수건 짜 억지로 만든 `불황형 흑자`
입력 2016-03-31 17:35  | 수정 2016-03-31 20:29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원자재 값이 떨어진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 감축 노력을 기울인 끝에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6곳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영업이익은 61조6340억원으로 전년보다 10.36% 늘었다. 순이익(48조2944억원)도 14.91%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액은 1059조5482억원으로 3.8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2014년 5.07%에서 지난해 5.82%로, 순이익률은 3.81%에서 4.56%로 각각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장사들의 이익은 2014년 바닥을 친 뒤 개선되는 추세"라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값이 하락한 데다 구조조정 등 기업들이 마른수건을 또 짜듯 비용을 절감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12.76%의 비중을 차지한 삼성전자를 빼고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수익성 개선이 더욱 두드러졌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5.06%, 35.72% 증가한 것. 그만큼 지난해 삼성전자가 다른 유가증권 상장사들과 비교했을 때 실속 없는 성장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별 기준으로는 분석 대상 기업 636사 중 489사(76.89%)가 당기순이익 흑자, 147사(23.11%)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업의 실적 개선이 돋보였다. 49개 금융사 중 분할·합병·결산기 변경 등이 발생한 8개 회사를 제외한 41개 회사의 영업이익은 12.5%, 순이익은 13.7% 증가했다. 지난해 흔치 않은 증시 호황에 환호성을 질렀던 증권업은 2014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무려 134.2%, 순이익이 160.2%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순이익이 가장 많이 개선된 업종은 통신업이었다. 매출액은 2014년 41조4334억원에서 40조2797억원으로 1조1537억원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882억원에서 2조9615억원으로 2조7733억원이나 증가했다. KT가 2014년 9662억원 당기순손실에서 2015년 6313억원 당기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박진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KT가 2014년 4월 실시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비를 절감한 효과가 2015년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며 "KT렌탈, KT캐피탈 등 자회사들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한 결과 10조원에 달하던 순차입금도 6조원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지난해 성적은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액까지 2014년보다 늘어났다. 디지털 콘텐츠를 필두로 한 IT 부문 선전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코스닥시장 12월 결산 상장사의 지난해 결산 실적(총 698개사, 연결기준)을 보면 전체 매출액은 130조원으로 전년 대비 6.35% 늘어났다. 전체 영업이익은 6조9947억원으로 8.66% 늘어났고, 순이익은 3조8302억원으로 2.7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38%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금융업 제외)도 92.8%로 전년 대비 4.9%포인트 줄었다.
분석기업 중 72%인 503개사가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흑자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포인트 높아졌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종의 매출은 2014년보다 8.65%, 영업이익은 17.5% 늘었다.
[김제림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