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서울 구룡마을, 같은 동안에 ‘일반분양·공공임대’ 섞어 개발
입력 2016-03-31 17:32 

서울 최대 규모 판자촌이자 강남 핵심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구룡마을에 신개념 소셜믹스 단지가 조성된다.
일반 분양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를 분리해 각각 다른 건물에 배치하는 기존 소셜믹스 방식에서 탈피해 일반 분양과 공공임대 구분이 되지 않도록 같은 건물내에 혼합 배치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3년 은평뉴타운에 일반 분양분과 공공임대분을 한 단지에 섞되 동별로 분리하는 방식의 소셜믹스가 도입된 이래 새로 시도되는 소셜믹스다.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청간 대립 갈등 속에 우여곡절을 겪였던 구룡마을 개발 사업이 이번에 새로 서울시와 강남구청, 그리고 사업시행자인 SH공사간에 새 개발 계획안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서 10여년만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구룡마을 개발을 위한 새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구룡마을 26만6304㎡에 공공·민간분양아파트 1585가구와 공공임대아파트 1107가구 등 총 2692가구를 조성하고, 이 가운데 주상복합 블록을 포함해 총 4개 블록에 대해 소셜믹스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시는 부족한 상업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주상복합 부지를 두 곳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구룡먀을 주택 물량은 당초 2126가구(분양 1008가구·임대 1118가구)보다 566가구 늘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조만간 이같은 개발계획안을 재공람하고 이달(4월) 시 도시계획심의를 거쳐 구역지정과 개발계획 결정·고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토지보상에 들어가 내년 실시계획·설계를 거쳐 2018년 3월 착공, 2020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구룡마을은 당초 분양단지와 임대단지를 구분해 ‘투 트랙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됐었다. 기존 개발안은 임대 단지를 마을 가운데 몰아서 배치하고, 분양단지는 임대 단지를 감싸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거주민 재정착과 마을 공동체 형성이라는 개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해 4개 단지에서 분양과 임대를 섞는 소셜믹스를 추진하는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재건축·재개발 단지처럼 A동은 일반·공공 분양, B동은 공공임대를 넣는 식이 아니라 한 동에 층별·가구별로 분양과 공공임대를 혼합 배치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101동 101호는 분양가구, 102호는 임대가구 식으로 단지를 설계한다는 얘기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기존과 단지와 차별화된 소셜믹스를 시도해 다양한 계층이 서로 어울려 사는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쉐어 하우스 개념을 단지에 도입하기로 하고 설계 공모에 나설 방침이다.
민간에 공동주택 용지 매각도 추진된다. 이르면 내년 주상복합부지(8002㎡)와 공동주택부지(3만4271㎡)가 민간에 매각된다. 양재대로를 접한 주상복합 용지는 용적률 350~400%를 적용해 240여 가구를 지을 수 있다. 공동주택 용지는 용적률 160%에 500여가구 규모다. 주상복합부지는 주변에 부족한 편의시설을 넣기 위해 조성된 만큼 상업시설 비중이 높고, 최고 4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대모산을 품은 공동주택 용지는 고도제한이란 제약이 있지만 주변 환경이 쾌적해 전용면적 85㎡이상 고급 중대형 아파트 또는 테라스 하우스를 짓기에 좋다. 이미 대형 건설사들이 용지 매입을 검토 중이다. 공공택지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용지 가격을 산정할 예정이다. 시와 SH공사는 부지 매각으로 거둔 수익을 활용하면 토지 보상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임대료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분양 측면에서도 구룡마을은 강남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핵심 입지인데다 개포지구 기반시설을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어 주택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소셜믹스가 분양·임대 분리개발로 인한 임대단지 슬럼화를 막고 임대주택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와 분양 가구를 비슷한 평형대로 배치하고 동선에 신경을 쓰는 등 입주민들간 위화감을 해소하고 잘 어울려 살도록 설계부터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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