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려대의 새로운 실험 ‘파이빌’, 사회적 연대감 큰 인재 육성
입력 2016-03-31 17:12 
고려대 ‘π-Ville’ 가상도

명문대생들일수록 각자도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로 뭉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창조적인 마을을 대학 안에 만들어보자.”
고려대가 재학생들의 창의력과 연대감, 개척정신을 키우기 위해 대학 내에 ‘마을을 만드는 이색 실험에 돌입해 눈길을 끈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서울 안암캠퍼스 정경대학 뒤편에 학생들이 창업관련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인 ‘π-Ville(파이빌)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개척자를 의미하는 영단어 Pioneer의 첫 두 글자를 그리스 알파벳 ‘π(파이)로 표기해 작명한 ‘파이빌은 총 예산 30억 원을 투입해 컨테이너 박스 30~40개를 쌓아 올리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설계돼 올해 7월 초 준공된다. 고려대 관계자는 미 실리콘밸리 창업정신의 상징이 ‘가라지(Garage)인 것처럼 우리는 가라지 대신 컨테이너 안에서 원대한 미래를 구상하고자 한다”며 국내에서는 대학이 주도해 교내.외 부지에 재학생을 위한 창업전용 공간을 만드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이빌은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염재호 총장이 컨테이너 박스라는 파격 소재부터 파이빌 작명 등 사업 전반을 챙기며 조속한 준공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는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명문대생들은 취업에 매몰돼 각자도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학생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연대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개척해내게끔 지원하는 공간이 대학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파이빌 추진배경을 밝혔다. 학생들이 무궁무진한 창의력과 실행력을 갖추었음에도 취업경쟁에 갇혀 스스로의 무한한 잠재력을 잃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파이빌의 맨 밑부분인 지하 컨테이너 박스에는 학생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카페 등 가게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컨테이너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24시간 자유롭게 창업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오픈플랜 스튜디오와 명사 초청 특강 등의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다목적 렉쳐홀 등으로 채워진다.
특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창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파이빌 스튜디오를 장기간 배정하고 창업 비용 일부를 학교가 직접 지원하는 특전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파이빌에서 만들어진 창업 아이템 시제품을 안암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판매해 시장 성공가능성을 미리 가늠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구상 중이다.
7월 정경대학 뒤편에 생기는 첫 번째 파이빌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고려대 정문 앞과 이공계캠퍼스 내에 두 곳의 파이빌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염 총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보다는 창업이 사회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외국의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 사회에 창업 수요가 늘고있는 것을 고려할 때 ‘파이빌은 사회의 발전에 대학교육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경우 1930년대부터 스탠퍼드 졸업생 약 3만 9900명이 창업해 2012년까지 약 5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이들의 전 세계 매출은 연간 2조 7000억 달러(약 311조 6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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