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매매특별법, 논란 속에서 13년째 살아남았다
입력 2016-03-31 17:10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지난달 31일 착취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해도 형사처벌하도록 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이하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시행 이후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13년째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2004년 9월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업자 등이 7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나 합헌 결정이 난데 이어 이번에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경우에도 처벌하는 것도 합헌결정을 내렸다.
비록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났지만 재판관 3명이 위헌 의견을 낸 만큼 향후 사회적 논의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에 오른 7건의 사건에서 위헌 의견은 2005년 권성 재판관이 유일했다.
이번 사건은 헌재가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경향을 보인데다 이번 사건의 공개변론까지 열며 3년 넘게 숙고했던 만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 소수의견 자발적 성매매 형사처벌은 과도한 국가 개입”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성매매처벌법을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보고 형사처벌 대신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조했다.

조용호 재판관(61·사법연수원 10기)은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판매자와 매수자 모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부 위헌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개인의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관념적이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오히려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인권유린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매매를 처벌하면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의 경우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며 최선의 해결책은 사회보장·사회복지정책의 확충을 통해 성매매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며 일부 위헌의견을 냈다.
이들은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제 성매매 확산을 막기 위해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필요하며 여성 성판매자는 형사처벌 보다는 보호와 선도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합헌의견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해치는 만큼 규제 필요”
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 등 재판관 6명은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라 할지라도,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에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자발적 성매매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성매매산업의 조직화·전문화·지능화 등을 감안할 때 성매매행위를 합법화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 성산업으로의 거대자금 유입, 불법체류자의 증가, 노동시장의 기형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구매자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성판매자도 함께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문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거나 성판매의 비범죄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가치관의 보호와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이성적인 절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해하는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사회각계 성매매 여성 지원 방안 필요”
한편 이날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합헌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여성변회는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는 경제적인 대가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성매수인이 성매도인의 성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되므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 사생활의 비밀이나 직업의 자유로서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손정아)는 헌재의 공개변론이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산업 축소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능해지려면 불평등한 지배권력 관계부터 변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피해가 멈출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현정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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