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호남서 더민주 ‘비실’…수십년 정치 지형 변화 오나
입력 2016-03-31 16:41  | 수정 2016-04-01 17:08

수십년간 야당 일당 독주 체제가 유지돼온 호남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대 총선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호남이 제1야당 계열 정당에 표를 일방적으로 몰아주지 않는 첫번째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호남 민심의 변화는 수도권 호남 표심으로 연결되면서 전국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호남 판세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맹추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당 지지율 자체는 두 정당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개별 선거구별로는 국민의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광주·전남에서는 국민의당, 전북에서는 더민주가 앞서는 구도였지만 전북 지역의 광주·전남 동조현상이 강화되면서 전북에서도 국민의당이 만만치 않은 저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옮긴 현역의원들이 대부분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호남에서 더민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반문재인 정서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90% 이상의 표를 몰아줬지만 호남 지역 인사를 배제하고 친노 패권주의를 강화하는데만 주력했다는 것이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의 주된 이유다. 이같은 이유로 국민의당 창당 초기에 국민의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국민의당이 창당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지속되면서 더민주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국민의당이 공천과 야권연대 문제로 지리 멸렬하는 사이 더민주는 신선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상당부문 호남 지지세를 일정부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더민주가 광주 지역에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진 인사들을 공천하면서 지지율 반등세가 주춤한 양상이다. 여기에 김종인 대표의 국보위 참여 경력 등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경쟁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 호남의 중심부인 광주 지역은 국민의당의 우위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더민주는 광주 5개 선거구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자체 분석중이지만 국민의당은 광산을을 제외한 7개 지역의 석권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민의당 현역의원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진인사들끼지 맞붙는 광주 북갑, 북을, 서구갑 등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지역도 광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광주보다는 국민의당 쏠림 현상의 강도가 다소 약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당을 막론하고 현역의원의 강세 현상이 두드러 진다. 국민의당 박지원(목포), 주승용(여수을) 의원이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더민주 에서는 우윤근 근(광양·곡성·구례) 의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호남권 유일의 새누리당 의원인 이정현(순천) 의원은 여론조사상 다소 열세를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북 지역은 당초 더민주가 우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전주병에서 김성주 의원과 격차를 좁혀 나가면서 국민의당 당세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전북에 기반을 둔 정세균 의원의 계보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점도 더민주에 대한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전주권에서는 더민주가, 전주를 제외한 기타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우위를 보이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전주병 선거구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김성주 의원을 꺽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주갑·을 선거구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가 전북 선거의 승패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호남 선거구 28개 가운데 더민주는 20곳, 국민의당은 23곳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양당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각각 1일과 2일 호남을 방문하는 등 양당의 진검승부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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