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스코플랜택 상장폐지, 비리로 끝내 무너진 우량기업 '포스코플랜텍'
입력 2016-03-31 14:13 
포스코플랜택 상장폐지, 비리로 끝내 무너진 우량기업 '포스코플랜텍'

31일 상장폐지가 확정된 포스코플랜텍은 1987년 제철정비사로 출발한 회사로 포스코의 비상장 우량 계열사였습니다.

광양제철소 기계정비작업을 전담했고 기계가공, 설비물류 제작 등을 하면서 성장했다. 2011년 기준으로 5천975억원의 매출에 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내실을 다져가던 포스코플랜텍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것은 2013년 7월 성진지오텍에 흡수 합병되면서부터였습니다.

성진지오텍은 이른바 '포스코 내부비리' 수사의 핵심 타깃 중 하나로 특혜 인수 의혹이 제기되는 회사였다. 성진지오텍은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라 철강 그룹인 포스코와는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날지 의문시됐다.


부실한 회사와 한가족이 된 포스코플랜텍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까지 맞물려 경영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5월 포스코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가 이번에 상장폐지를 맞게 됐다.

포스코도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그간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2010년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 1천600억원을 들였고 이후 두 차례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에 3천600억원을 투입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 일부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던 성진지오텍 창업주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에게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샀다.

성진지오텍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부실이 결국 우량한 회사였던 포스코플랜텍의 발목을 잡았고 끝내 무너지게 한 셈입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발표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 결과를 살펴보면 성진지오텍의 인수 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성진지오텍은 2009년 말 5천5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회사가 남아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감사 결과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검찰에 따르면 성진지오텍 인수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홀로 추진했고 제대로 된 경영상의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전 회장은 철강사업부 등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전모 전략사업실장과 함께 인수를 밀어붙였으며 예비실사 외 적절한 타당성 검사 등의 절차도 생략됐습니다.

010년 2월 포스코 전략사업실이 전정도 씨의 매각 의사를 확인하고 주식을 매매하기까지는 약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포스코의 회계 자문사와 내부 리스크 점검반에서 성진지오텍의 경영 상황이나 인수 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정 전 회장과 전 실장은 이사회에 보고할 때 이런 점을 누락했습니다.

결국 포스코는 2010년 3월 사실상의 인수 계약을 맺었습니다. 전씨에게 주당 1천9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조건을 모두 들어줬습니다.

인수 일정이 확정되고서 같은 달 전씨는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주당 9천620원에 인수했습니다. 포스코는 엿새가 지나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훨씬 높은 가격인 주당 1만6천331원에 사들였습니다.

전씨는 포스코에서 718억5천여만원을 받았고 이 돈으로 산업은행에 신주인수권 비용을 냈습니다. 주식은 5만9천220주를 더 보유하고 289억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고 당시 검찰은 밝혔습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상장폐지가 된 포스코플랜텍인만큼 앞날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포스코플랜텍 울산 1공장, 2공장이 매각에 어려움을 겼고 있기 때문입니다.

1공장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고 2공장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가 계약금 납입을 미루다 납기일이 지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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