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마워요! 인간 이세돌"…인류에 또 다른 희망 쏘다
입력 2016-03-13 18:05  | 수정 2016-03-13 19:14

인간은 위대했다. 인간 바둑 천재는 집념을 버리지않고 도전한 끝에 빛나는 1승을 거머쥐었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초읽기 끝에 알파고를 처음 눌렀다.
5판 3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전 3번을 연달아 이겨 최종 승리했지만 이세돌 9단의 첫 신승으로 인간의 자존심을 톡톡이 세워줬다.
지난 주말 이 9단과 알파고의 3, 4국이 연달아 열렸다. 흑돌로 싸운 3국은 176수만에 졌지만 백돌을 집은 4국은 ~수만에 이세돌 9단이 이겼다.

4국은 11수까지 2국과 똑같은 수순으로 판을 짰다. 이 9단은 아예 알파고 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바둑판에만 시선을 뒀다. 이후 알파고가 2국과 다른 수를 두며 변화를 꾀했고 23수에 인간 기사라면 두지 않을 수를 두며 흐름을 이끌었다. 앞선 세 대국에서도 알파고는 통념에 벗어나는 수를 두고도 이 9단을 이겼기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송태곤 9단은 ”이전에는 이런 수에 놀라워했지만, 이제는 이런 알파고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세돌 9단도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다만 이세돌 9단이 70번째 수를 둘때 알파고(흑)에게 경계선을 편하게 지어주고 말아 수가 안나면 알파고가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알파고는 이 9단과 집차이를 크게 벌리면서 유리한 상황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독특한 수를 둬 좌중을 의아하게 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이 초읽기에 접어든 이후 수세에 몰리다가 반전을 기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해설위원들은 알파고가 고장이 난 것 아니냐”며 계산에 의한 결과라 하더라도 너무 이상한 수같다”고 풀이했다.
알파고가 보여준 특이한 수 중 가장 알 수 없는 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방심하지 않고 차분히 수를 두면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3국 중반까지는 이 9단의 심적 부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돌을 놓는 위치가 줄어들면서 알파고가 우세해지는 경험에 비춰봤을 때, 3국에서 이 9단은 초반에 알파고를 밀어붙이려 노력했다.
이 9단의 초반 흔들기와 중반부 승부수에도 알파고에 유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중반 이후 수세에 몰린 이 9단이 패를 만들며 알파고를 향한 공격을 지속했다. ‘패란 양쪽 돌이 한점씩 단수로 몰린 상태로 물려서 서로 잡으려는 형태를 의미한다. 패 상황을 만들면 바둑판에 변수가 생겨 새로운 승부수가 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은 알파고 입장에서는 패를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이세돌 9단이 연속 패를 만들고 알파고를 복잡한 상황에 밀어넣자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가 장기전으로 흘렀다. 알파고 답지 않은 ‘장고도 이어졌다.
이 9단은 독기어린 눈빛을 되찾으며 초읽기 동안 알파고를 시험하는 수를 계속 뒀다. 그러면서 알파고의 움직임에 고개를 끄덕이고 무엇인가 알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종료 30수 전에 이미 승패가 확정된 듯했지만 이9단은 알파고의 알고리즘 원리를 외우려는 듯 적극적으로 임했다. 승부 압박을 덜어내고, 비로소 바둑을 즐기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4국에선 바로 그러한 이 9단의 의지가 통했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시간은 알파고의 편이지만 인간의 의지는 그 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
해설위원들은 초읽기로 30여분을 버티며 포기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감탄을 연발했다. 3국 해설을 맡았던 이현욱 8단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 판단됐던 3국 후반에서 이 9단이 조금씩 백돌을 잡아가면서 길을 만들었다”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바둑계는 이세돌 9단이 1승을 거두자 환호성을 질렀다. 대국장 안팎에서도 인간의 승리를 축하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는 15일 마지막 대국이 끝난 뒤 승자 알파고에게는 상금 100만달러가 주어진다. 구글 측은 알파고의 상금을 바둑 관련 자선 단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유니세프 등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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